유세 내내 ‘PC와의 투쟁’ 강조한 트럼프, 韓정부·여야 정치권·대기업 관련 고민 ‘全無’
  • ▲ 한국 사회는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美대통령에 당선되자 뒤늦게 '인맥'을 찾느라 부산하다. 하지만 그들이 인맥을 통해 트럼프를 만난다고 해도 그에 대해 모르면 '냉정한 비즈니스맨' 출신 대통령이 이런 표정을 짓는 모습만 봐야 할 것이다. 사진은 지난 9월 한국 언론들이 "트럼프는 유세, 연설 때면 5분마다 1번씩 거짓말을 한다"는 親힐러리 매체의 주장을 인용했을 때 보도화면. ⓒYTN 지난 9월 28일 관련보도 화면캡쳐
    ▲ 한국 사회는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美대통령에 당선되자 뒤늦게 '인맥'을 찾느라 부산하다. 하지만 그들이 인맥을 통해 트럼프를 만난다고 해도 그에 대해 모르면 '냉정한 비즈니스맨' 출신 대통령이 이런 표정을 짓는 모습만 봐야 할 것이다. 사진은 지난 9월 한국 언론들이 "트럼프는 유세, 연설 때면 5분마다 1번씩 거짓말을 한다"는 親힐러리 매체의 주장을 인용했을 때 보도화면. ⓒYTN 지난 9월 28일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美공화당 대선 후보가 제45대 美대통령에 당선된 뒤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어줍잖은 ‘진보흉내’를 내던 ‘자칭 전문가들’의 말만 믿고 힐러리 클린턴 美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봐 왔기 때문이다.

    기업들이야 미래전략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조직이니 그렇다 치지만, 한국 정부가 보여주는 행태는 일본 정치권만큼이나 후진적이다.

    외교부는 美대선 직전 “트럼프 후보 진영 인사들과 100회 이상 접촉했다”면서 “힐러리가 되던 트럼프가 되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보이는 반응은 이런 호언을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 9일과 10일, ‘연합뉴스’ ‘뉴시스’ 등 국내 언론들은 “외교부 등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진영과의 ‘채널’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연합뉴스’와 접촉한 외교부 관계자는 “이런 결과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한동안 우리를 둘러싸고 ‘퍼펙트 스톰’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외교부 관계자들은 언론과 일반의 예상을 깬 트럼프의 당선에 놀라움을 표하는 한편, 트럼프가 추진할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가 한국 외교에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 등을 통해 트럼프 진영 인사들과의 ‘접촉 채널’을 확보하는데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즉 지금까지 100번 넘게 트럼프 진영 인사들과 만나 놓고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조차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트럼프 진영 자체에 외교·안보 전문가가 적고, 트럼프가 군과의 인맥도 없었기에 외교·안보 진용을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국내 언론들이 전한 외교부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향후 한미 외교의 불확실성 증대와 한미FTA 재협상,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논란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향후 대미 외교 업무가 몇 배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내 언론들이 전하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 또한 웃긴다. 소위 ‘잠룡’이라 불리는 잠재적 대선후보들은 앞 다퉈 트럼프 진영에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외면해 놓고 승리한 뒤에야 ‘친한 친구인 척하는 모습’을 트럼프가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후반부터 당선된 이후에도 자신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공격했던, 소위 ‘진보 기득권 세력’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자신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무기로 내세우는 좌익 진영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이나 미디어에 등장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美대선 해석 또한 가관이다. 이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두고 “미국 사회에서 무시 받던 하층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분노가 원동력”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투표를 분석한 美현지 리포트를 보면, 백인 남녀, 그 중에서도 대학 재학 또는 졸업 이상이며 연 수입 5만 달러에서 25만 달러 이상의 중산층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트럼프 지지층이 현재 가장 큰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요하는 미국 내 좌익 진영이다. 미국 좌익은 유색인종, LGBT 등 ‘자칭 성소수자’, 무슬림, 난민, 불법체류자, 여성을 ‘무조건적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그 이외의 사람들, 즉 백인이고 남성이며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규제와 여론으로 억압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1980년대부터 시작돼 최근에는 정점에 다다라 있다. 이들의 선봉에는 힐러리 클린턴을 필두로 한 ‘전투적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이런 미국 좌익 진영이 사회적 기득권이 되고, 여기에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유대계’ 자본들이 지배하는 대형 언론들이 여론을 조성하고 주도한 탓에 ‘청교도’가 만든 미국에서는 이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도 쓸 수 없게 됐다.

    미국 좌익들은 또한 무슬림 테러조직과 북한 김씨 왕조, 中공산당과 이란의 신정일치 정치체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면 미국의 군인, 경찰, 사법기관과 정보기관 관계자에 대해서는 대단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미국의 오랜 동맹국을 향해서도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필그림 파더스’가 만든 미국의 가치와 정체성, 즉 개인의 자유, 프론티어 정신,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수호자 등과 같은 것이 좌익 진영의 ‘정치적 올바름(PC)’ 강요 때문에 옅어지게 됐다는 게 미국이라는 나라의 실질적 주체인 백인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사회적 배경과 그가 유세 기간 동안 했던 발언의 전후 맥락도 파악하지 않고서 ‘인맥’과 ‘실세’를 찾느라 부산을 떠는 한국 정부의 여야 정치권, 일부 대기업들의 행태는 좋게 봐도 ‘후진적 일본 정치의 답습’이고,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조선 말기 강대국 꽁무니 쫓아다니던 사대부들’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