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검찰총장이 사건 무마 위한 청탁이라더니… 알고보니 자문 수수료
  •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억원이 2억2천만원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사건 무마를 위한 청탁이라더니 사건 자문료로 바뀌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제기한 '한 전직 검찰총장이 20억 수임료를 받고 사건을 무마했다'며 초미의 관심을 불렀던 의혹은 그 규모와 내용 부분에서 크게 축소됐다. 

    두 사람의 폭로가 사실상 '헛발질'로 돌아가면서, 허위 폭로를 해도 면책특권 뒤에 숨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13일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일본계 대부회사인 SBI홀딩스코리아, 그 자회사인 베리타스 인베스트먼트 법률 고문"이라며 해당 회사에 대한 검찰 내사 과정에서 사건 자문료로 2억 2천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회사의 전 대표가 검찰 내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하니 회사는 입건도 안됐는데 4개의 법률사무소 및 로펌에 사건을 의뢰했다"며 "그 수임료가 거의 17억~18억원 가량 된다. 이 중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자문료로 2억 2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도 되지 않은 회사에서 2억원과 2천만원 부가세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사건 수임 안하고 이런 일을 전직 검찰총장이 했다"며 "일본계 회사 자문을 맡는 게 일반 변호사라면 괜찮지만 한국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꼭 이렇게 해야했나"라고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앞서 지난 7일 박영선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국감장에서 "검찰이 모 회사를 압수수색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는) 전직 검찰총장이 수사를 무마해주고 해당 회사에서 자문료 20억 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검찰총장이 속한 로펌에서 수임료에 대한 세무신고를 하지 않아 회사 측과 마찰을 빚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도 뇌물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지난 8일 박지원 위원장이 "다음주로 예정된 법사위 국감에서 이번 (박영선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추가 내용을 밝힐 예정"이라며 박영선 의원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면서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들에게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10일 박지원 위원장은 "4개의 법률회사 또는 로펌이 이 사건을 수임했고, 그 금액은 각각 다르며, 4개 회사 중에 전직 검찰총장이 한 분 있다"며 대상을 분산시켰다. 

    11일 박영선 의원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직 검찰총창의 실명공개와 관련 "국세청이 답을 해야한다"며 공을 국세청에 넘겼다. 그러면서 "20억원이 못되고 4개 부분으로 나눠서 지급된 것도 맞다"며 "국감에서 거론된 이후 해당 회사에서 관련 사안을 해명했다"며 박지원 위원장과 호흡을 맞췄다. 

    이날 박지원 위원장은 "당시 국세청장에게 세금을 납부하고 정식 선임계를 냈는지 묻는 것인데 국세청장이 답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20억원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정리했다. 

    전직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가 검찰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2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제기가 금액은 1/10로 줄어들고, 내용은 세금 문제로 바뀐 것이다. 

    또한 해당 회사의 어떤 자금이 어떠한 방식으로 한상대 전 총장에게 흘러들어갔는지, 한 전 총장이 받은 자문료가 검찰내사를 무마하기 위한건지 법률고문으로서의 대가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전직 검찰총장의 20억 수임료 수수설과 검찰 내부 압력에 따른 사건 무마설의 진상은 밝혀지기는 커녕 오히려 미궁에 빠진 셈이다. 

    박지원 위원장과 박영선 의원은 그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18·19대 국회에서는 함께 민주당에서 법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박남매'로도 불렸다. 두 사람이 최초 제기했던 의혹이 사실이었다면 검찰개혁의 방아쇠를 당길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시간을 끌며 세간에 불러일으킨 관심에 비해 결과물은 초라했다는 지적이다. 곧바로 실명공개를 하지 않았던 또다른 이유가 박영선 의원이 얘기했던 '제보'가 허위·과장이었음을 두 사람이 알게 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