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장되고 차기 지도자 덕목 검증에 탁월하지만, 여러 난제도 있어
  • ▲ 슈퍼스타K 방식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이정현 의원이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 6월말 프랑스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연설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의 모습. ⓒ칸(프랑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슈퍼스타K 방식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이정현 의원이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 6월말 프랑스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연설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의 모습. ⓒ칸(프랑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후보 경선 방식으로 '슈퍼스타 K' 방식을 제안한 이정현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정현 대표는 8·9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 경선 방식으로 '슈스케' 방식을 제안했다. 모든 당내외의 대권 주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뒤, 국내외의 모든 쟁점과 현안에 대해 무제한으로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다가, 특정 시점이 되면 일주일 또는 열흘 간격으로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이다.

    대권 주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이와 같은 방식의 경선이 진행되면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을 것이므로 이른바 '흥행'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정현 대표가 단순히 '흥행'만을 노리고 이와 같은 경선 방식을 고안한 것은 아니다.

    이정현 대표의 지론은, 이 시대의 정치지도자는 일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말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묵묵히 일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진정성 있게 국민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국정을 원활히 추진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슈스케'식 경선에서 논리적인 설득력을 선보이지 못하는 사람은 대선 본선에 나가더라도 필패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슈스케' 방식이 차기 정치지도자에 필요한 덕목을 검증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올라올 정도라면 장삼이사(張三李四)일 리는 없고 기본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이 이뤄진 인물일 것이니만큼, '슈스케' 방식의 혹독한 경선을 거쳐 누구보다 강한 본선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아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제는 당외(黨外)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국외(國外)에 있는 반기문 총장의 존재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정우택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당내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은 이 '슈스케' 판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반기문 총장은 올해 12월 31일까지가 공식 임기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국내 정치 행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슈스케'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는 시기 자체가 제약이 걸리게 된다. 반기문 총장의 임기가 끝나기 이전인 올해 말에 스타트를 끊기는 쉽지 않다.

    임기가 끝난 직후인 내년 초부터 시작하려 해도, 반기문 총장 입장에서는 임기를 끝내고 귀국하자마자 당장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드는 것은 조급한 느낌이 들어 모양새가 좋지 않아 망설일테니 어려움이 따른다.

    특정 후보를 위해서 '판'이 열리는 시기를 조율하게 되면 그 자체가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먼저 '판'부터 열어놓고 한창 후보들이 나가떨어지는 와중에 중도 합류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막연히 '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룰도 문제다.

    '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락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당원으로 할 것인지 국민으로 할 것인지 당원과 국민을 일정 비율로 혼합할 것인지부터가 쟁점이다. 또, 다수의 일반인 판정단 형식으로 할 것인지 소수의 전문가 그룹을 위촉할 것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만일 판정단에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들어가면 이른바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슈스케' 경선을 거쳐 선출될 대선 후보는 결국 12월에 친문패권주의 세력이 내세운 후보 및 국민의당 후보와 대권을 놓고 일전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친문패권 성향의 국민이나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새누리당 후보로 일부러 경쟁력 낮은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국민여론조사에 관여하는 '역선택'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역선택'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판정단을 전원 당원으로 구성한다고 하면 반기문 총장 등 당외파(黨外派)가 이미 당내에 기반을 갖추고 있는 당내 출신 대권 주자에 비해 불리해지는 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그밖에 한 번 최하위를 기록하면 탈락인지, 아니면 2주 연속 최하위를 해야 탈락인지 이러한 세부적인 룰도 사전에 세밀하게 합의가 돼야 한다. 규정에 빈틈이 있으면 '나는 가수다'가 방송됐을 때 한 경망스런 연예인이 "재도전 기회를 주면 안 되느냐"고 해서 방송이 '막장'으로 전락했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을 정하는 와중에 반기문 총장 측의 의견이 전달될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게임의 당사자'이기도 한 반기문 총장이 '룰'을 정할 때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도 안 되지만, 논의에서 전혀 배제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당내에 있는 대권 주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당내 의결기구에서 개진하고 반영할 통로를 음으로 양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슈스케' 방식은 결과의 의외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 주자 중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반기문 총장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방식일 수도 있다"며 "'슈스케'에 반기문 총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난한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기 때문에, 과연 이와 같은 경선 방식이 현실화될는지는 지켜봐야 하겠다"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