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주재 "이제는 나라 밖으로 눈 돌려 새로운 트렌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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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대표적 경영실패 사례로 꼽히는 미국 울워스(Woolworth) 사(社)의 '쥐덫'을 비유로 들었다가 난감해졌다. 

    10년 간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해 왔던 조인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떠나자마자 벌어진 해프닝이다.

    조인근 비서관은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6일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인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대외 경제여건 악화 속에서 경제활성화의 방법으로 기술, 문화, 서비스로 재무장해 새로운 수출 유망 품목을 창출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선제적으로 수립해서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서두를 열었다.

    그러면서 "오늘 회의 주제와 관련해서 생각이 나는 그런 어떤 시인의 유명한 글귀가 있다"며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만약에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 속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산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집 문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다져놓을 것이다'라는 에머슨의 시를 언급한 후 "여기서 쥐덫은 지금으로 말하면 제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더 나은 쥐덫(a better mousetrap)'이 '더 나은 제품'의 관용어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출동력 창출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을 강조한 의미로 풀이됐다.

    문제는 다시 예를 든 '울워스의 쥐덫'이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울워스라는 쥐덫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번 걸린 쥐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고,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 발전시켰다. 지금 쥐덫을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서도 이런 정신은 우리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했다.

    울워스사의 쥐덫은 경영학에서 '쥐덫의 오류'라는 실패 사례로 종종 사용된다.

    울워스사가 내놓은 쥐덫은 예쁜 색깔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기존 제품들과 달리 디자인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위생적이기까지 해 출시 초기에는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너무 뛰어난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번 사용하고 버리기를 아까워 했고, 죽은 쥐를 떼어내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쾌함을 느껴 한번 쓰고 버리는 구식 쥐덫으로 돌아간 소비자들이 늘어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더 나은 쥐덫의 오류'로 불리는 울워스사의 사례를 예로 들었으니 한바탕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의도는 좋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더 나은 쥐덫'을 예로 든 것은 브렉시트(Brexit) 같은 대외 악재에 우리 경제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였다.

    적절치 않은 예를 든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후속 발언은 세계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됐다.

    박 대통령은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외지향적인 개방정책을 선도하는 국가로 탈바꿈해서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인 해법으로 "독특하고 새롭고 최고의 서비스, 최고의 상품, 질 등을 지향하는, 다시 말해서 이런 것을 지향하는 상품, 서비스,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출확대를 위한 규제완화 관련 "수출 금융 확대, 면세점 납품 수출 실적 인정과 같은 남아있는 수출 애로사항들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계속 늘고 있는 비관세 장벽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드라마 간접 광고와 온라인 거래 품목 규제를 완화해 한류 드라마와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수출 마케팅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서 상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세계적인 수요 부족으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선박 하중을 줄여 연료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평형수 대체 기술처럼 혁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수소차를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등지에서는 우리가 만든 수소차가 활보하고 있는데 부생수소 생산지역을 중심으로 충전소를 확대하고 수소차 구매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 완화를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투자 활성화 방안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부동산 임대업의 대형화·전문화를 위한 투자확대 필요성 역설, 스포츠경기장 명칭 판매 검토, 할랄과 코셔 등 중동을 겨냥한 사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춘천-속초' 철도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수십년간 지역민들이 원하는데도 과거의 틀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이런 대형 사업들이 관광, 스마트헬스케어 등과 시너지를 내도록 만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제안해 눈길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