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협치' 김종인 '경제' 안철수 '미래'에 각각 무게중심 둘 것으로 전망
  • ▲ 국회는 20일부터 여야 3당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진행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각각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2월 18일 비교섭단체 대표의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는 20일부터 여야 3당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진행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각각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2월 18일 비교섭단체 대표의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대 국회의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이 20일부터 연 사흘간 실시된다. 20일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4·13 총선을 통해 국회가 새롭게 구성된 상황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서는 면면들도 새롭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3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올해 초부터 비대위 대표를 맡고 있지만, 4·13 총선을 통해 비로소 비례대표 5선 고지에 오르며 원내에 입성했다. 역시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처음이다. 총선 직전에 열렸던 2월 임시국회에선 이종걸 원내대표(당시)가 교섭단체 대표로 연설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만이 세 번째로 국회 연설을 하는 '올드'한 얼굴이지만, 연설을 하게 된 상황 자체는 각각 전혀 달라 눈길을 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2014년 2월 첫 국회 연설을 했었다. 이 때는 원내 130여 석 거대 제1야당인 구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했다. 이후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는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제3당을 급히 출범시켰으나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대표'발언'으로 격이 낮아지는 수모 속에 연설을 진행했다.

    반면 넉 달 만에 다시 국회 연설을 하는 지금은 다시 위상이 달라졌다. 원내에 38석의 의석을 보유한 당당한 제3원내교섭단체의 '주인'이다. 원내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한 제1당 새누리당과 제2당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당의 손을 들어주는 연설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총선을 통해 새로 짜여진 국회의 첫 교섭단체대표연설답게 새로운 얼굴들이 새로운 상황 속에서 연설에 나서다보니, 메시지에도 전혀 새로운 내용이 담길지 여부도 주목된다.

    20일 교섭단체대표연설의 첫 스타트를 끊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4·13 총선 민의와 협치(協治)의 정신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19대 국회에서 집권여당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주로 발목잡는 야당에 대한 질타와 '경제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는 내용으로 구성됐지만, 총선에서 결과적으로 참패해 과반 의석을 상실한 만큼 아무래도 몸을 낮추는 내용의 연설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자성을 강조하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 개혁에 대한 아젠다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개헌론(改憲論)과 관련해서는 직접 언급을 삼가거나, 거론하더라도 여러 정치 개혁 의제 중의 하나로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논의하자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 파동으로 당청(黨靑) 관계가 긴장 상황인데,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곧바로 개헌론을 직접 언급하기는 힘들다"며 "언급을 회피하거나, 언급하더라도 개헌특위를 별도로 설치하기보다는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경제 이슈와 관련해서는 최근 있었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를 거론하며,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소속돼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은근한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서는 정규직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교섭단체대표연설의 '2번 타자'로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경제 문제에 연설 내용의 대부분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는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연다. 따라서 김종인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국회 연설을 하게 될 기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8·27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러 비례대표 평의원들 중 한 명'의 신분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그 전에 경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전문적 식견을 강하게 드러내고 싶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신이 '트레이드마크'로 독점하고 싶어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부·여당의 경제 정책 실패를 공박하고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등 당면한 경제 현안에 대한 대안 제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 이슈에 있어서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대표는 개헌론이 불붙은 시점부터 "내각제 개헌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으나, 이번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소신을 한층 강하게 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내정자가 제안한 국회 개헌특위 설치에 힘을 실을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당내 주류인 친노·친문패권주의 계파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17일 더민주 국방안보센터 출범식 축사를 통해 "더민주가 안보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정체성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고는 한다"며 "안보가 대한민국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22일 세 번째로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자신이 최근 화두로 밀고 있는 미래먹거리와 미래일자리 문제에 연설 내용의 대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대표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변화하는 사회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회가 주도적으로 과학기술혁명과 교육혁명 등을 이끌어 미래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개헌론 등 정치 이슈나 남북 관계에 대해 발언할 가능성도 있지만,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하면 할수록 안철수 대표가 방점을 찍고 싶어하는 미래먹거리·미래일자리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흩어지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야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평소부터 경제와 미래 문제에 대해 발언을 많이 하는데도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지 않고 보도도 많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며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정치 현안 관련 언급을 하면 미래먹거리·미래일자리 문제는 묻히고 그 부분만 보도가 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가급적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