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안전 조업규칙 제20조 적용 여부 관건…안전처·해수부·지자체 떠 넘기기
  • ▲ 지난 5일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두척을 직접 나포했다. ⓒ연합뉴스
    ▲ 지난 5일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두척을 직접 나포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4시 30분경,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을 직접 나포하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까지 올라간 것과 관련해 국민안전처가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 5일 브리핑 당시 "연평도 어선 19척이 조업구역을 허가없이 이탈해 중국어선 2척을 나포했고 해경이 조사 중에 있다"며 "우리 어선에 대해서도 조업구역 무단이탈과 관련해 선박안전조업 규칙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가 거론한 법률은 조업구역 이탈 어선에 대한 처벌 규정인 수산업법 제34조와 해양수산부령인 선박안전조업규칙 제20조다.

    수산업법의 경우 어민들이 조업구역을 이탈해 직접 조업행위를 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해 우리 어선이 중국 불법조업 어선을 나포한 이번 사안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해경이 말한 '법률 위반여부'는 '선박안전 조업규칙' 제20조 '월선 금지'다.

    '선박안전 조업규칙' 제20조 1항에 따르면 선박은 어로한계선이나 조업자제선을 넘어 어로 또는 항해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경이 제대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지 못해 지역 어민들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했음에도 오히려 어민들을 향해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온라인에서는 해경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 'nama****' 네티즌은 " 나라를 믿지 못하니 스스로 나설 수밖에", 아이디 'kaos****'는 " 그 잘난 망할 법을 영해 침범한 중국어놈들이나 하라고! 왜 법규 잘 지키다가 손해보다 못해 의병이 되어 나포한 국민을 조사하니마니 하냐!", 아이디 'yjyc****'는 "상은 안 줘도 처벌은 마쇼 좀... 맨날 서리 당하는 거 막아주 지도 못하는 판에"라며 우리 어민들에 대한 행정 처분에 반대했다.

    언론들도 우리 어선에 대한 '행정처분' 문제에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자 해경 측은 지난 6일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6일 연합뉴스는 "해경은 이번 중국 어선 나포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어민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로써는 형사처벌을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해경 관계자는 "우리 바다를 침범한 중국어선을 끌고 온 것 자체는 형법상 현행범을 체포한 것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경 측은 7일에는 "우리는 잘 모르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대답만 내놨다.

    본지가 7일 안전처에 우리 어선 '처벌 여부'와 관련해 문의하자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며 "해경은 관련 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선박안전 조업규칙을 위반할 경우 해수부와 각 지자체에서 행정처분을 담당한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어민들의 '조업구역' 이탈은 맞다고 밝혔다.

    이에 "어민들이 조업구역을 이탈해서 중국 어선을 나포할 때까지 해경은 불법조업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묻자 안전처 관계자는 "그 지역은 NLL과 가까워 단속이 어렵다. 중국어선을 잡기 위해 해경측이 출동을 하면 이미 북한 수역으로 넘어가 있다"고 답했다.

  • ▲ 지난 5일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두척을 직접 나포했다. ⓒ연합뉴스


    본지가 다시 해양수산부에 중국 불법 조업 어선 나포를 위해 월선한 선박의 법률 위반 여부를 묻자 "옹진군청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관련 규정에는 명시돼 있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이에 다시 "어민들이 불법 어선을 나포한 행동과 관련해 지자체가 재량권을 가지고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위법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재량권 여부는 군청 담당자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천시 옹진군 수산담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천시 옹진군 내부에서 '연평도 어민 중국 어선 불법 나포 사건'과 관련해 '선반안전 조업규칙' 위반 여부에 따른 처벌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옹진군 측은 "법에 따라 판단할 뿐 재량권을 가지고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인천시 옹진군 수산담당 관계자는 "(연평도 어민 처벌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자세한 답변이나 처벌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전처, 해양수산부, 관할 지자체가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한 연평도 어민들에 대해 이처럼 '나 몰라라'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 관계와 향후 처분은 점차 '미세먼지와 고등어' 같은 꼴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불법 어선을 직접 나포한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해신호(9.7t) 김종희(56세) 선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겁만 주고 쫓아내려고 했으나 이번 기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직접 끌고 왔다"며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때문에 우리 바다의 꽃게 씨가 마를 정도로 황폐화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오죽했 으면 꽃게가 아니라 단속을 감수하고 중국 어선을 잡으러 갔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불법 어선 나포 당시 함께 작업한 가람호 김갑빈(55) 선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군사 구역이다 보니 해군 허락 없이는 해경도 어로통제선 북쪽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해경은) 우리한테 '조업구역 벗어났으니 복귀하라'는 방송만 계속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연평도 북방 해역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들. 이들 때문에 수입이 15년 전에 비해 10분의 1로 쪼그라든 연평도 어민들 시각에서 '중국어선 나포 사건'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 아니었겠느냐는 게 시민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만약 이들에 대해 '선박안전 조업규칙'을 엄격히 적용하게 되면 최소 30일에서 최대 90일 간의 조업 정지 명령과 해기사 면허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두고 '고등어'와 '경유 승용차' 핑계를 댔던 일부 정부부처. 국민안전처와 해양수산부, 인천 옹진군도 똑같은 태도를 취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