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내대표 "쓴소리 해달라" 김 교수 초청
-
- ▲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9일 새누리당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아있다. ⓒ정재훈 기자
이른바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국회를 다녀간 뒤 새누리당이 술렁이고 있다. "변화의 시작"이라는 호평에서부터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그를 도대체 왜 불렀느냐"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9일 김병준 교수를 국회로 초청해 '새누리당에 바란다'는 제목의 강의를 들었다.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최근 비상대책위원장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김 교수 영입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 교수가 이번 당선자 총회 강사로 초청된 것은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촤근 직접 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바깥에서 보기에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할 지에 대해 신랄하게 쓴소리를 해달라"고 특강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김 교수를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 불러 강연을 듣는 게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쓴소리를 듣고 변화에 앞장서자는 차원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 교수를 초청한 배경과 관련, "내가 모셔온 건은 아니지만, 밖에서 반대편에 계신 분들이 당을 향해 더 신랄하게 얘기를 해주시지 않을까하는 이런 마음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저도 초청 과정에는 관여를 안해서 자세한 사안은 잘 모른다"며 "얼핏 들어보니 다양한 의견, 다양한 분들로부터 쓴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비판 발언 수위는 예상보다 강했다. 김 교수는 4·13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내분을 일으켰던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과 관련해 "당내에서 아무런 논박 없이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바로 넘어간 것은 국민이 볼 때 기가 막힌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 재정을 확보하고 그 재정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친박 내에서 이원집정부제와 묶어 제기한 '반기문 대망론'을 두고도 "친박과 특정인이 연합하는 재집권 시나리오로서 국가 권력체제 논의를 끄집어낸 것은 국민 모독"이라며 "그 얘기 듣고 '벼락이 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총선에서) 벼락이 쳤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의 강연이 끝나기 무섭게 당 일각에서는 초청 대상자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한 당선자는 비공개 토론에서 "(20대 국회) 첫 당선자 총회에 어떻게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데려올 수가 있는가.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의 강연"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연과 관련해 친박계는 초청 대상자에 초점을 맞춘 반면, 비박계는 내용에 중점을 두는 상이한 반응도 나타났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당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게 국민 요구로 해석되는 이 시점에서 그런 쓴소리가 무슨 대수이겠느냐"며 "상대 진영에 있는 그런 분을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 비박계 의원은 "김 교수의 비판 발언의 수위가 전혀 강하지 않았다. 더 신랄한 비판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얘기를 백번 듣는 것보다 당 내부의 실질적인 변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당내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