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후폭풍-'묻지마 야권연대' 현실화에 판세 역전 가능성각 지역 야권연대 추진..."정치공학적 묻지마 연대" 비판론도

  • 4.13 총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판세를 분석하는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 등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새누리당이 앞서거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열세인 조사결과가 상당수다.

    하지만 이런 조사와는 달리 '새누리당이 오히려 위기'라는 분석이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공천 파동의 악재에 '묻지마 야권연대' 가능성이 현실화 되면서다. 막판에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깨지면서 결국 여당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고전하게 될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매일경제신문·MBN이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구성동을에서는 지상욱 새누리당 후보(42.8%)가 정호준 국민의당 의원(16.9%)을 크게 앞섰다.

    서울 서대문을과 동작을 등에서도 여당 후보들이 야권 후보들에게 우세를 보였다. 동작을에서는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46.2%, 더민주의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 12.7%,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 6.4%, 정의당 김종철 동작구위원회 공동위원장 6.2% 지지도를 보였다. 

    서울 서대문을에서는 정두언 의원 33.9%, 더민주의 김영호 서대문을 지역위원장 24.3%, 국민의당 홍성덕 전 서대문구 의원 5.1%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3~26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성·연령·지역 할당 무작위 추출법이 사용됐으며 조사 방법은 RDD(무작위 임의전화) 방식에 의한 전화면접조사로 시행됐다. 기본가중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값을 2015년 12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응답률은 동작을 10.5%, 서대문을 11.9%, 중성동을 13.6%로 집계됐다. 

    지난 23일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보도한 수도권 지역 여론조사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따르면 영등포갑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 38.7%, 더민주 김영주 후보 32.3%, 국민의당 강신복 후보 6.6%로 나타났고, 영등포을 지역구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 38.4%, 더민주 신경민 후보 28.2%, 국민의당 김종구 후보 12.9%로 집계됐다.(지난 21~23일 서울 영등포을 지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면접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이며 응답률은 10.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을 포함한 당 소속 의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을 포함한 당 소속 의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지역의 민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체 분석 결과 여당이 뒤처지는 곳이 많음에도 언론에 노출 안 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 심화와 '공천 파동'의 여파가 핵심 지지층에 부정적 효과를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면 수도권 친이계 대표 주자인 정태근 후보가 출마한 서울 성북갑에서는 정 후보가 더민주 유승희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31.6%, 유 후보는 36.2%를 얻었다. 이 조사는 성북갑 지역 19세 이상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에서 이달 1일까지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 오차범위, 응답률은 8.6%였다.

    김진표 전 부총리가 출마하는 경기 수원무 지역구도 새누리 정미경 후보가 고전하는 곳이다.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진표 후보는 39.7%로 32.2%를 얻은 정미경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리드하고 있다. 이 조사는 해당 지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 오차범위다.(응답률 9.2%)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계파 갈등과 공천 파동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지역 민심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게 현실"이라며 "선거 당일 투표함을 열어보면 지금 판세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 2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새누리당 강원도당사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김진태 후보(오른쪽)를 비롯한 8명의 후보들이 '네거티브 없는 선거' 서약식을 하고 있다. ⓒ김현중 기자
    ▲ 2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새누리당 강원도당사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김진태 후보(오른쪽)를 비롯한 8명의 후보들이 '네거티브 없는 선거' 서약식을 하고 있다. ⓒ김현중 기자


    각 지역에서 야권연대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현재의 판세가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각 지역별로 이른바 '묻지마 야권연대' 작업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강원 춘천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민주당 허영 후보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 경선방식을 통해 춘천시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앞서가는 이 지역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에 맞서기 위해 막판에 연대 추진에 나선 것이다.

    다만 지역 내부에서는 야권 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유권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춘천 지역의 한 유권자는 두 후보의 연대 추진에 대해 "이념과 정책이 완전히 상반된 야당 후보자들이 왜 연대를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저 지지율 만회를 위해 합친다면, 묻지마 야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등에서도 각 지역의 야권 후보자들이 정치공학적인 야권연대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여당의 '수도권 과반의석 확보' 목표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지금은 침묵하는 다수가 상당수이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특히 야권연대 성사 지역에 따라 지금의 선거 판세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수도권의 여당 위기론이 현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