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역 직원 "2년에 1번 전문강사 통한 정기적 교육, 도움 컸다"
  • ▲ 지하철에서 쓰러져 생명을 잃을 뻔 했던 70대 노인의 생명을 구한 천호역 직원들. ⓒ서울도시철도공사
    ▲ 지하철에서 쓰러져 생명을 잃을 뻔 했던 70대 노인의 생명을 구한 천호역 직원들.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에서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노인의 생명을 지하철 직원들이 빠른 상황판단과 응급처치로 구해 화제다.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실제 응급상황을 가정해 진행하는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교육이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오전 출근길. 지하철 5호선 천호역을 지나던 한 전철에서 한 70대 노인이 답답함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노인의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상황. 상황을 인지한 기관사는 바로 열차를 멈추고, 일부 승객과 함께, 노인을 부축해 승강장으로 나왔다. 

    이처럼 긴박했던 현장을 천호역에서 제일 먼저 목격한 이는 김재복 천호역 역장. 그는 9시 11분께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김 역장은 기관사에게 출근길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열차 출발을 지시하고, 무전기로 다른직원들에게 환자발생상황을 알려 119에 신고토록 했다. 환자는 승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승강장 1-1 위치의 ‘안전지역’으로 옮겼다. 

    ‘큰일났다’ 김 역장의 뇌리에는 불안감이 스쳤다. 지하철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그였지만, 지하철에서 발생한 실제 환자를 마주한 경험은 드물었다. 급히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니,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면서, 심장은 멎어가고 있었다. 

    “빨리 자동심장충격기 가져와!” 김 역장은 현장에 있던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공익근무요원에게 다급히 말했다. 

    맥이 풀린 환자의 옷가지를 느슨하게 하고, 곧바로 이어진 심폐소생술. 김 역장은 평소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받은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교육을 상기시키며, 환자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눌렀다. 

    심폐소생술은 왼손등 위로 오른손 깍지를 껴서, 환자의 명치 위로 손가락 두마디 정도 위치를 찾아, 체중을 실어 압박해야 한다. 건장한 남자조차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체력을 탈진해버릴 정도로 체력 소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환자의 가슴을 압박하던 김 역장의 이마에 구슬땀이 맺힐 쯤, 다행히 뒤이어 함용학 과장과 김병우 대리가 현장으로 달려왔다. 3명의 직원은 돌아가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약 7분간의 사투가 이어졌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

    김 역장은 환자의 가슴에 전기충격기 패드를 붙여, 심전도를 체크했다. 평소 교육을 받긴 했지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김 역장을 비롯한 현장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김 역장은 자동으로 사용법을 안내하는 기기의 음성에 따라 전기충격 버튼을 눌렀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후, 다시 심폐소생술을 지속한지 3분여쯤 지났을까. 드디어 환자의 배가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면서, 의식이 어느정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역장은 “‘아, 이분은 이제 살았구나’하는 마음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환자는 신고 10여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천호안전센터 119구급대에게 인계돼, 강동성심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환자는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 후, 쓰러졌던 70대 노인의 아내는 천호역에 직접 전화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김재복 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3일 밤 환자측 보호자가 남편의 생명을 살려줘 고맙다고 전화 해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역장은 밝고 명료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전화를 끊을 때, “행복한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 역장의 온화한 말투는 평소 그의 성실한 근무태도를 짐작케 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측은 “직원들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고 있다”며 “전문강사를 초빙해 2년에 1회씩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인근 보건소와 협의해 직원들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토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