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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 결과를 앞두고 있는 후보자의 심정이에요.”

    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 개봉을 앞둔 당시 배우 김정태가 건넨 의미심장한 첫 마디였다. 이는 그에게 닥친 두 가지의 큰 사건이 집약된 문장이었다. 김정태는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한 후보의 선거유세에 함께한 오해를 받았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벌어진 일로 논란에 휩싸인 그는 출연 중이던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자진 하차했고, 장기 휴식을 가졌다.

    1년 뒤 모처럼만에 영화 작업을 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28일 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의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김승우가 한 “죄인이 된 것 같다”는 발언이 예상외의 파장을 일으킨 것. 공동 주연으로 출연한 김정태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일을 나쁘게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죠 뭐. 배우들이 워낙 많은 관심을 받다보니 한 마디를 해도 반응들이 큰 것 같아요. 개인의 말에 대한 해명의 장도 없고. 속상까지는 아니고요. 승우 형도 아쉬움의 마음을 표현하느라 그랬던 것 같아요. 기획영화로는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잘 만들어보면, 잘 짜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도 어느 정도 좋은 계산이 서서 함께 작업한 거고요.”

    ‘잡아야 산다’는 김승우, 김정태 소속의 더퀸 D&M(주) 창립작이다. 잘나가는 CEO이자 일명 '쌍칼' 승주(김승우 분)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형사 정택(김정태 분)이 겁 없는 꽃고딩 4인방에게 중요한 '물건'을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코미디다. 장르의 특성과 함께 촬영장에는 한솥밥 식구들이 대다수 모여 있었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남달랐다. “워크샵 같았다”는 촬영 후기가 색다르다.

    “이렇게 많은 신인들과는 처음 작업해봤어요. 사실 신인들이라 잘 못하면 혼도 많이 냈는데, 이 친구들이 기특하게 잘 따라와 줬죠. 혁이도 혼나면서 많이 배웠어요. 열심히도 했고. 그러니 여느 배우들 못지않게 잘 하더라고요. 고등학생으로 나온 배우들이 다들 성실했어요. 다만 아직까지 이미지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조언을 좀 했죠. ‘방목을 해야 한다. 애완견처럼 예쁜 짓만 하면 안 된다’고요.”

    선배 김정태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미지 그대로였다. 밑바탕에는 따뜻한 시선으로, 내 가족을 대하듯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잡아야 산다’에서 고등학생들을 타이르는 정택과도 비슷한 면모다. 김정태는 이번에 허당끼 가득한 강력계 허탕 형사 정택으로 분했다. 특유의 화려한 애드리브, 맛깔 나는 연기와 함께 몸을 사리지 않고 코믹 액션을 펼친다.  

    “편하고 즐겁게 촬영하긴 했지만 저는 그 때 3주 동안 뇌수막염에 걸려있었어요. 한여름에 계속 달리고, 땀을 쉴 새 없이 흘리니까 그랬나 봐요. 이번 영화는 사실 어려운 영화였어요. 제가 주연으로 나오다보니 분량도 많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죠. 다른 영화의 3배 정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승우 형과 호흡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또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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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영화중에 몇 개의 작품을 빼고는 제가 다 대사 수정을 했다고 보면 되요. 영화가 라이팅, 디렉팅, 액팅으로 구성되는데, 거기서 액팅을 하는 저로서는 디렉팅 그대로만 연기하는 게 마네킹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시각도 넣어서 새롭게 연기해야 진짜 배우라 생각해요. 말론브란도가 제안했던 ‘살아있는 연기’를 실천하며 살고 싶어요. 즉흥연기가 살아있는 연기라 했던 것처럼, 애드리브를 하면서 짜릿함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1999년 ‘이재수의 난’(감독 박광수)부터 대부분 조연으로 활동해오며 그만의 넘치는 애드리브로 출연작마다 신스틸을 해왔던 김정태다. 그러다 2010년 ‘방가? 방가!’(감독 육상효), 2013년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로 뒤늦게 주연의 반열에 들어섰다. 10년의 세월을 견뎌낸 노고가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된 것.

    “장르적인 욕심도 있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코믹적인 이미지로만 되는 것, 배우가 어떠한 배역으로 선택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그래도 즉흥성이 좋은 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그런 면 덕에 코미디 장르에 많이 출연하게 되는 것 같고요.”

    “전 원래 예민해요. 근데 배우는 예민해야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느껴야 연기를 할 수 있는 거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인류 역사상 사람 그대로를 표현해서 먹고 사는 직업은 배우가 유일한 것 같아요. 평소엔 드라마, 영화를 보기보다 오히려 실제 사람을 관찰하려 해요. 개개인이 가진 유니크함을 잘 관찰해서 머릿속에 기억해 놓죠.”

    김정태는 자유의식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중은 배우를 포함한 연예인들의 자유를 속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연예인들이 결코 공무원은 아니잖아요. SNS로 표현하는 건 진짜 소통이 아닌 것 같아요. 눈 마주치고 소주 마시는 게 진짜 소통이죠.”라고 외치며 안타까워한다. 그는 자신을 장기간 침몰케 한 억울한 상황을 회상하며 설움을 토해냈다. 영화 속에서 주로 빛이었던 그의 그림자를 마주쳤다. ‘잡아야 산다’가 재도약의 작품이 되길 빌어본다.

    “우리 영화는 결국 소통에 대한 이야기에요. 불통의 시대잖아요. 불통으로 시작했다가 소통으로 마무리 하는 영화죠. 아주 거시적이지는 않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되고, 작은 소통이 큰 화합을 이뤄내는 영화에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듯이 여러 종류의 영화가 있잖아요. 우리 영화는 킬링타임 영화에요. 재밌게 웃다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