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드라마보다 광고가 더 재밌다'
    신준식  /뉴포커스

  •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몰래 구입해 보는 남한 관련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해당 영상보다 광고에 더 눈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있어 눈길을 끈다.

    2013년 탈북한 이민영 씨는 "북한에 유입되는 한국 드라마는 영상 그대로 녹화되기 때문에 광고 마저도 그대로 보여진다. 자본주의 문화를 처음 접하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광고 대부분이 소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실제로 드라마 시작 전후 광고를 가만히 살펴보면, 광고에 쓰이는 경치부터 등장하는 인물까지 북한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 많다. 북한 문화가 가장 선진화됐다고 선전하는 북한에서 해외 영상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데, 남한 광고는 거의 대부분 해외 영상이라 신기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씨는 "그보다 더 신기했던 것은 컴퓨터 그래픽이었다. 일부 광고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사람 얼굴을 만들어내거나 특정 동물, 예를 들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용같은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너무 사실적이라 놀랐었다. 남한의 광고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게 된다"고 밝혔다.

    같은 해 탈북한 박홍식 씨는 "북한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남한 광고를 보면 먹음직스러운 음식 선전이 꽤 많다. 어릴 때 부터 남한이 못산다고 배웠는데, 드라마 CD 등을 구해서 광고를 보고 편견이 깨졌다. 일부 주민은 아직까지도 남한의 대북 선전용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 몰래 들여오는 CD까지 어떻게 그렇게 일일이 광고를 넣을 수 있나.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결국엔 사실 그대로 믿게 됐고, 북한에서 그런 남한 광고를 보고 탈북을 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남한 사람들은 광고를 보면 원래 시청하려는 프로그램이 언제 시작하느냐며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보는 남한 광고는 꿈 그 자체다. 남한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탈북민 김진규 씨는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최근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남한 영상물은 정식 DVD를 복제해서 만든 영상이다. 과거에는 남한에서 말하는 CAM버전, 즉 TV를 녹화해서 빠르게 제공해주는 영상이었다면 근래에는 표지까지 있는 복제 DVD가 수입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광고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DVD 복제 기술에 따라 화질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광고의 매력에 빠져있는 북한 주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단, 오래된 드라마에 한해서다"고 말했다.

    남한의 광고가 북한 주민들에게 '신선함'을 가져다줬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남한 광고를 보면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충성만을 강요받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복제 기술의 발달로 남한 광고를 보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남한 광고 마니아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