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 월스트리트…2008년 금융위기 후 오바마 정책 탓 외면
  • ▲ 폴 크루그먼 美프린스턴大 교수. ⓒ美공영방송 PBS 화면캡쳐
    ▲ 폴 크루그먼 美프린스턴大 교수. ⓒ美공영방송 PBS 화면캡쳐


    세계 좌익 진영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美민주당 지지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大 교수가 “내년 대선에서는 월스트리트가 공화당에 후원금을 낼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는 월 스트리트 금융계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세간의 선입견을 거스르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진보의 양심’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2016년 美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월스트리트가 득세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기고문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뒤에도 2010년까지 월스트리트는 진보성향을 띤 민주당 진영에 더 많은 정치자금을 후원했었다”면서 “하지만 2010년부터 최근까지를 살펴보면 월스트리트의 정치 후원금 80%가 공화당 진영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대형 사모펀드들이 오바마 정권의 정책에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폴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이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월스트리트가 각종 사회문제에 개방적인 뉴욕 중심가에서 활동하고, ‘모자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펀드 관계자들의 특성, 지금까지 민주당 정부 때 미국 경제가 활황이었다는 점이 월스트리트의 대형 펀드들이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오바마 정권이 월스트리트에 대해 ‘개혁’을 추진하면서 대형 사모펀드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바마 정권이 세계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 금융계를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보고 각종 규제를 만들고, 비판 여론을 조성한 것이 민주당에 대한 후원금 이탈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16년 美대선을 앞두고 월스트리트의 대형 펀드가 내는 후원금의 80%가 공화당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월스트리트가 다시 미국 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월스트리트 금융계가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폴 크루그먼 교수 주장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최근 발간된 ‘여성들과 클린턴 간의 전쟁’이라는 책으로 인해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美금융계가 공화당 지지층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유대계 가운데서도 독일계 유대인과 러시아계 유대인이 장악하고 있는 美금융자본은 전통적으로 美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특히 美민주당을 지지하는 유대계 자본가들은 정부가 경기부양 또는 저소득층 지원정책 등 경제제도나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 다른 나라의 정치 불안에 개입하는 정책을 펴는 것을 지지하는 태도를 많이 보였다.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시장개입 정책을 펼수록 거기서 생기는 ‘빈 틈’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월스트리트 유대계 자본가들의 생각은 상당 부분 들어맞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반면 미국의 산업자본들은 대부분 철강, 유통, 석유화학, 기계제조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업력(業歷)을 쌓은 앵글로 색슨계 백인 가문과 그들의 후예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시장과 해외 상황에 적게 개입하고, 규제를 철폐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정부의 정책, 2009년 오바마 당선 이후의 시장개입 정책, IT기술과 무역 및 교류의 발달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구분이 모호해진 현실 등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서는 이 같은 전통적인 ‘민주당-공화당 지지 이론’이 깨졌다고 보는 평가가 최근 들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