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넥센 히어로즈, kt 위즈
    ▲ ⓒ 넥센 히어로즈, kt 위즈
    LG 트윈스가 사실상 올 시즌 포기 모드에 접어들면서 야구팬들은 이른바 '탈LG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탈LG 효과'란 LG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유망주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잠재력을 터뜨리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넥센 히어로즈를 넘어 국가대표 4번타자를 노리는 박병호는 '탈LG 효과'의 가장 좋은 예다.

    지난 2005년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한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기대주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여느 거포 유망주들이 그렇듯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하며 LG에서 1군과 2군을 오가는 처지가 돼 버렸다.

    하지만 2011년 트레이드로 넥센에 둥지를 튼 박병호는 더 이상 LG 시절 위축된 모습의 박병호가 아니었다. 넥센 코치진은 박병호를 무조건 4번타자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했고, 박병호는 팀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2011년 넥센에서만 12홈런을 때려내며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케 했던 박병호는 2012년 31홈런-105타점, 2013년 37홈런-117타점, 2014년 52홈런-124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4번타자로 우뚝 섰다. 올 시즌 역시 25일 현재 44홈런-120타점으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전무후무한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박병호는 나아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박병호에 앞서 2009년 LG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김상현 역시 '탈LG 효과'의 산증인이다.

    LG 시절 두 자릿 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던 김상현은 2009년 KIA에서 0.315의 고감도 타율에 36홈런 127타점으로 홈런-타점왕에 오르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정규시즌 MVP는 당연히 김상현의 몫이었고, KIA는 김상현의 각성에 힘입어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밖에도 1998년 LG에서 당시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 되면서 타격왕과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39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남긴 박종호, 그리고 2004년 데뷔 시즌 종료 후 KIA로 적을 옮겨 국가대표 1번타자로 자리 잡은 이용규 역시 '탈LG 효과'를 기록으로써 입증하고 있다.

    올 시즌 역시 '탈LG 효과'는 진행형이다.

    2003년 당시 유명했던 '고교 4대 유격수' 중에서도 가장 즉시전력감으로 평가 받은 박경수는 이후 10년간 LG에서 평균 타율 0.241에 4.3개의 홈런만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FA를 선언하며 kt로 옮긴 박경수는 드디어 꽃을 피웠다. 타율은 0.294로 3할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고, 19개의 홈런을 터뜨려 삼성 나바로와 함께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병호와 함께 LG의 거포 유망주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정의윤도 올 시즌 도중 SK 와이번스로 이적한 뒤 4번타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