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던 최재성 사무총장, 하루 만에 "적극 수용" 의사 밝혀
  •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8일 2차 혁신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8일 2차 혁신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고 애써 임명한 사무총장도 폐지하는 혁신안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의도는 무엇일까.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8일 발표한 2차 혁신안의 핵심 내용으로, 일반적으로 △최고위 폐지 △사무총장 폐지를 거론한다. 직전에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이 강행된 점을 생각하면, 표면상으로는 문재인 대표에게 타격이 가는 조치다.

    문재인 대표는 사무총장 임명 강행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 이 때문에 이종걸 원내대표와 분란이 생겨 부천에서 '러브샷'을 하고 심야까지 플라자호텔에서 마라톤 회동을 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유승희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임명 강행에 반발해 지금까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무리수를 두며 임명 강행했던 사무총장이 불과 얼마 안 있어 사라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존중한다"며 "당초 약속한대로 혁신 활동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나아가 당내 반발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혁신을 해내려면 감수해야 할 일"이라며 "당무위나 중앙위에서도 혁신안들을 잘 인준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다독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SNS를 통해 혁신안에 대한 불만을 피력한 최재성 사무총장도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앞서 최재성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의 소원은 혁신, 꿈에도 소원은 혁신"이라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서 '통일'만 '혁신'으로 개사한 가사를 올렸다. 이는 이날 조간 매체에 일제히 보도된 사무총장 폐지 혁신안에 대한 불만을 비아냥거림의 형태로 나타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재성 사무총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혁신위의 사무총장 폐지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서도 "내 아들이 음악을 하고, 내가 노래를 좋아한다"며 "혁신이 우리의 일상이자 신념이 돼야 된다는 뜻에서 올렸던 것으로, 비아냥거리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잖아도 혁신위는 친노·운동권 일색으로 이뤄져 있다는 평가를 들었던 터이다. 혁신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문재인 대표와 깊은 교감이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대체 왜, 무엇을 얻기 위해서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던 것일까.

  •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사무총장이 9일 당대표회의실에서 혁신위의 사무총장 폐지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사무총장이 9일 당대표회의실에서 혁신위의 사무총장 폐지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최고위 폐지와 사무총장 폐지도 고민 없는 방안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내용이 숨어 있다"며 선출직공직자평가위 구성 방안을 가리켰다.

    2차 혁신안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은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선출직공직자평가위(공평위)를 통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평가하며, 평가 결과는 공천 심사에 반영된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은 대표가 임명하며, 위원들도 위원장의 추천을 통해 대표가 임명한다. 종래 당헌 98조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회를 최고위 의결로 설치하고 그 위원장과 위원은 최고위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었으나, 공평위는 최고위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다.

    문재인 대표가 자기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로 공평위를 전부 채우더라도 누가 뭐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혁신위의 2차 혁신안 발표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으나, 이에 대한 혁신위 측의 답변은 "(문재인 대표가) 그렇게 하지는 않으실 것"이라는 게 고작이었다.

    이처럼 공평위를 장악해 호남·비노 의원들을 마음껏 '공천 학살'하고, 친노로 의원단을 채울 수 있는 실익에 비하면, 혁신안으로 표면상 잃는 것처럼 보이는 기득권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비노계 의원은 혁신안의 공평위 관련 내용을 보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2·8 전당대회로 선출돼 2년을 보장받은 문재인 대표의 임기가 내년 총선 직후로 단축됐다고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문재인 대표는 어차피 임기에 관계없이 내년 총선 직후에는 물러날 예정이었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치적 책임 때문에 물러나지 않을 도리가 없고, 승리했을 경우에는 대권 행보를 위해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최재성 사무총장은 혁신안에 따라 신설되는 총무본부장이나 조직본부장으로 '이름표'만 바꿔달면 그만일 수 있다.

    오히려 혁신안에 따라 내년 총선 직후에는 최고위가 폐지되고 5개 본부장이 대표 직할 체제로 재편되는 등 '제왕적 대표'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친노 일색으로 채워진 의원단을 관리·감독하고 자신을 대선 후보로 밀어 올릴 '허수아비' 관리형 당대표 한 명만 잘 세워두면, 문재인 대표로서는 걱정할 것이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세력의 당 완전 장악 시나리오에 기여할 혁신안을 두고 혁신위 관계자는 "당의 운영 체계에도 국가의 운영 체계를 도입했다"며 '삼권분립'을 운운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법의 정신'을 혁신위에 선물하고 싶다"며 "몽테스키외가 무덤에서 놀라 벌떡 일어날 일"이라고 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