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윤영하, 황도현, 박동혁..고속함으로 부활 ‘NLL사수’
  • ▲ 천안함 5주기를 앞둔 3월 19일 기자들이 백령도 연평부대 K-9자주포 진지를 견학하고있다.ⓒ해군
    ▲ 천안함 5주기를 앞둔 3월 19일 기자들이 백령도 연평부대 K-9자주포 진지를 견학하고있다.ⓒ해군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북한군 연평포격도발 등 나열한 사건은 연평도가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끼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라는 방증이다."

    ◇"2010년 포격도발 잊지 않겠다"…연평도 '상처' 고스란히 보존

    인천항에서 고속페리로 2시간30분을 가면 연평도(대연평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9일 찾은 연평도는 2010년 북한 포격도발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2010년 11월23일 북한군은 연평도에 기습적으로 포탄 170여발을 퍼부었다. 북한의 기습포격으로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연평도 곳곳이 화염에 휩싸였고, 주민들은 섬을 빠져나와 피란민 신세가 됐다.

  • ▲ ‘연평도안보교육장’으로 지정돼 보존중인 포격도발현장.ⓒ해군
    ▲ ‘연평도안보교육장’으로 지정돼 보존중인 포격도발현장.ⓒ해군


    인천시는 처참하게 파괴된 포격현장을 보존해 ‘연평도안보교육장’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포격현장을 직접 보니 머릿속에서 당시 절박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해병대의 안내로 연평부대 OP에 올라 북한쪽을 바라봤다. 해병대 장교는 전망지점에서 북한까지의 직선거리가 1.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역설적인 것은 긴장감이 감도는 NLL지역이,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에게는 해방구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우리 군은 꽃게 조업철을 맞아 몰려든 중국어선에 섞여 활동하는 북한 경비정을 감시하고 있다. 한 지역주민은 “올해는 꽃게 철이 10일 정도 빨리 시작됐다”며 “이 때문에 불법중국어선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북한은 연평도를 마주보고 있는 내륙과 무인도에 해안포와 76.2㎜,122㎜ 방사포를 밀집 배치해놓고 제2의 연평포격 도발을 노리고 있다. 우리군도 이에 대비해 첨단 장비를 연평부대에 집중 배치했다. K-9 자주포 대대를 보강하고 아서K 대포병 레이더와 북한 해안포 타격을 위한 스파이크 미사일을 배치했다.

    ◇연평해병부대 K-9포신, 북쪽향해 ‥24시간 포병 대기

    해병연평부대는 포격당시 현장인 K-9 자주포 유개호를 그대로 사용 중이다. 북한군이 쏜 방사포탄 파편 자국과 불 탄에 그을림이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말없이 설명해 주고 있다. 한 해병대 장교는 K-9 포신이 항상 북쪽을 향해있다고 설명했다. 연평부대는 포병대대가 24시간 대기하면서 5분 이내 초탄을 발사 가능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 ▲ K-9자주포 유개호에 떨어진 북한군 방사포 흔적.ⓒ해군
    ▲ K-9자주포 유개호에 떨어진 북한군 방사포 흔적.ⓒ해군


    해군은 천안함 피격사건 5주년을 앞두고 이날 해상에서는 유도탄고속함 3척이 전투단대를 이뤄 NLL 사수를 위한 함포사격 훈련을마련했다.

    해군의 도움을 받아 최신예 유도탄고속함(PKMㆍ440톤) 탑승을 위해 연평도 최전방 해상전진기지로 이동했다. 해상전진기지는 대형바지선에 군 관련 시설을 세우고 참수리고속정(PKMㆍ170톤)과 유도탄고속함 등 NLL사수를 위한 함정이 상시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계류 중인 박동혁 함에 승선했다.

    ◇제2연평해전 억울한 전사 "윤영하, 황도현, 박동혁‥고속함으로 부활, NLL사수"

    훈련에 참가하는 함정의 명칭이 눈에 들어온다. “윤영하, 황도현, 박동혁” 

    안내장교가 “지금 제2연평해전이 발생한 지역을 통과 중입니다. 이 함정의 주인공 박동혁 병장(황도현 중사)이 전사한 곳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던 6월29일 오전 10시, 북한경비정 2척이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참수리357호 고속정에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고속정 정장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우리 군은 건조되는 PKG 함명으로 이들의 이름을 쓰고 있다.

    황도현 함을 선두로 박동혁, 윤영하 함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일렬로 고속 기동한다.

  • ▲ 서해 해상에서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과 윤영하함이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해군
    ▲ 서해 해상에서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과 윤영하함이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해군

    PKG는 가스터빈으로 움직이는 3기의 워터제트를 이용해 주항한다. 이 덕분에 PKG는 시속 70km까지 속력을 높일 수 있다. 농구장 2개 길이의 함정이 순식간에 회전기동을 할 수도 있다. 

    “총원, 전투배치~훈련” 함내에 훈련을 알리는 명령이 울려 퍼졌다. 승조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전투임무 위치로 이동했다. 흰색 위생복을 입은 조리병도 예외 없이 뛰어나왔다.

    우리는 PKG함교로 이동해 함포사격을 지켜봤다. 선수에 위치한 76mm 함포는 기민하게 움직이며 빠른 간격으로 포탄을 쏟아냈다. 3척의 PKG가 동시에 같은 목표물을 향해 조준사격에 나섰고, 화력통제 컴퓨터가 초탄 발사 뒤 궤도를 자동 수정해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발사된 포탄의 명중 여부는 TOD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PKG는 유도탄 고속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성 대함유도탄 4발을 탑재하고 있다. 이 유도탄으로 적의 함정을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다. 반대로 PKG를 향하는 적 유도탄을 막아내는 장비도 있다.PKG에 탑재된 ‘대유도탄 기만기’는 전투기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는데 사용되는 ‘채프/플레어’와 같은 방식의 장비다.

  • ▲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앞)과  윤영하함(뒤)이 76mm 함포사격을 하고 있다.ⓒ해군
    ▲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앞)과 윤영하함(뒤)이 76mm 함포사격을 하고 있다.ⓒ해군

    PKG 후미에서 발사된 기만기는 섬광을 내며 알루미늄 박편을 뿌린다. 이 박편들은 함교 레이더 스크린에 커다란 점으로 나타나 기만기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PKG를 향해 날아오는 유도탄이 기만기가 만들어낸 허상을 쫓아가도록 만든 것이다. 

    이날 훈련의 마지막 일정으로 3척의 PKG가 동시에 급격한 90도 회전기동을 선보였다. PKG가 고속으로 기동하는 만큼 항해 내내 함정 외부출입은 상당히 제한됐다.

    ◇명예 찾겠다는 '해군'‥빈틈없는 '해상경계' 다짐

    훈련을 마친 PKG가 조금씩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이것은 위험(훈련)지역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PKG는 NLL사수를 위한 북한 경비정 대응이 주된 임무이긴 하나 어로 보호 작전 임무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해경과 함께 불법중국어선 퇴치에 나서기도 한다.멀리 서해대교가 보이고 PKG가 접안 준비를 했다.NLL로 출항하는 참수리 고속정이 우리가 탄 PKG를 옆을 지나갔다. 두 함정에 탄 해군들은 서로에게 경례를 붙이며 보이지 않는 교감을 나눴다.

    “NLL 사수, 대한민국 해군이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

    [순정우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