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장비 장착 헬기 국내전무‥봄철 산불 대비에 '비상'
  • ▲ 산림청은 산불진화에 있어, 통상적으로 헬기의 비중이 8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 산림청은 산불진화에 있어, 통상적으로 헬기의 비중이 8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봄철 산불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야간에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뾰족한 진화 방안이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산림청은 야간 헬기진화 운용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며 현장 투입을 꺼리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일년 중 산불이 발생하는 시기의 50~60%가 봄철인 3~4월 에 집중된다.

    그 이유에 전문가들은 “겨울동안 이어지는 건조한 기후와 함께 봄철에 불어오는 남동풍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등산객이 버린 담배꽁초나 실화 등으로 발생한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산불진화 헬기는 모두 45대이며 전국 11곳 기관별로 적게는 3대에서 많게는 5대까지 보유하고 있다. 안전처는 10개기종 26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각 지자체 별로 보유하고 있는 헬기는 약 50여대다.

    산불이 발생할 경우 주무부처는 산림청이 맡는다. 아울러 해당 지자체에서도 자체 보유한 헬기를 산불지역에 급파해 진화에 나서게 된다. 안전처는 산림청·지자체와 연계해 인명구조와 산불진화에 필요한 지원업무를 담당한다.

  • ▲ 러시아제 일명 ‘카모프’라고 불리는 KumAPE. ⓒ산림청
    ▲ 러시아제 일명 ‘카모프’라고 불리는 KumAPE. ⓒ산림청

    산림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은 러시아제 일명 ‘카모프’라고 불리는 KumAPE로 45대 중 18대를 차지하고 있다.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도입된 이 헬기는 200㎞/h의 속도로 약 3시간 10분간 운항이 가능하다. 물 적재량은 약 3천 리터이며 외부화물 인양능력은 5천 킬로그램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중 단연 성능이 뛰어난 기종은 미국제 S64E (ERICKSON Air-Crane)헬기로 178㎞/h의 속도로 약 2시간 30분간 운항할 수 있으며, 물 적재량은 카모프 헬기보다 많은 약 8천리터를 실을 수 있다. 화물인양 능력 역시 9천킬로그램에 달하는 등 높은 성능을 보여주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 ▲ 야간산불 진화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헬기 투입이 어려워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연합뉴스
    ▲ 야간산불 진화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헬기 투입이 어려워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연합뉴스

     

    산림청 관계자에 따르면 산불진화에 있어 헬기의 비중이 80%, 인력·소방장비 진화가 20%를 차지할 정도로 소방헬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각종 변수로 인해 계기비행(計器飛行)과 시계비행(視界飛行)이 함께 이뤄지는 헬기운전 특성상,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커 ‘야간 산불진화’에 투입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고정익 항공기’를 이용한 야간산불진화 방안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고정익 항공기는 헬기에 비해 기상영향을 적게 받을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산불지연제를 사용할 수 있어 산불 발생 초기 진화에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산림 선진국에서는 고정익 항공기의 산불진화 비율이 헬기와 같은 회전익 항공기에 비해 80%수준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 S64E (ERICKSON Air-Crane)헬기. ⓒ산림청
    ▲ S64E (ERICKSON Air-Crane)헬기. ⓒ산림청

    회전익 항공기의 경우 7.8m/s이상 강풍에는 비행이 불가능한 반면, 고정익 항공기는  12~15m/s의 악조건에서도 기동이 가능하고 야간에도 비행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고정익 산림항공기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산림청에서는 고정익항공기를 운용하지 않고 있고, 지자체 등에서 도입한 산불진화용 고정익항공기도 전국적으로 총 2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산불진화에 있어서는 헬기가 고정익 항공기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며 “고정익 항공기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공항·활주로 설비와 급수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고정익 항공기에 비해 헬기는 제자리 비행이 가능해, 화재지역 과 멀지않은 곳에서 물을 자체적으로 급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예산문제와 공항·활주로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헬기보다는 고정익 항공기가 훨씬 더 많은 물을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헬기보다는 고정익기가 야간이나 악천 후에서 훨씬 나을 수 있다”며 “헬기에도 야간비행이 가능하도록 장비를 장착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위험성이 크다. 고정익은 그보다는 위험성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의 다른 관계자는 야간산불 진화와 관련해 “올해 안으로 산불 야간진화 임무수행이 가능한 헬기 1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산림청이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헬기대수는 필요충분요건의 80%를 커버하는 수준에 불과한 만큼, 헬기도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