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아이들 방치하는 시간만 늘어나”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DB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DB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3월 신학기부터, 서울 초중고 559개 학교에 ‘9시 등교제’를 전면 실시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학부모들과 일선 학교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 ‘9시 등교제’가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어린 자녀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사실상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제도 시행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은 부모와 자녀의 출근 및 등교시간이 비슷해, 자녀들과 아침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은 물론, 자녀들의 등교길 안전을 옆에서 지켜줄 수 있었지만, 등교시간이 뒤로 늦춰진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9시 등교제’는 기업문화와 사회 전체 인식의 변화를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제도 본래의 취지를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직장인들의 출근시간 조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9시 등교제’ 강행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17일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등학교 598교 중 447교(74.7%)가 새학기인 다음달 2일부터 등교시간을 8시 50분에서 9시로 조정한다.

    서울시내 중학교의 경우는 전체 383교 중 14곳(3.7%), 고등학교는 318교 중 1곳(0.3%)이 9시 등교제를 실시한다. 이와 별개로 중학교 49곳(12.8%), 고등학교 48곳(15.1%)은 등교 시간을 10분에서 30분 늦출 계획이다.

    현재 학교급별 등교시간은 초등 오전 8시 40분, 중등 8시 20분으로 고정돼 있다. ‘9시 등교제’는 초중고교 등교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추는 정책이다.

    ‘9시 등교제’ 지난해 9월 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기도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면권 보장을 앞세워 제도 추진을 강행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학부모단체 등과 마찰을 빚었다.

    경기도에 이어 ‘9시 등교제’ 실시를 밝힌 서울교육청은, ‘9시 등교제’를 통해 학생들이 아침 시간을 주도적으로, 여유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교육청은 학생들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에도 ‘9시 등교제’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교육청은 ‘9시 등교제’가 시행되는 초등학교에 ‘아침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조기 등교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 시행학교에 추가 에산을 지원한다는 방침 밝혔다.

    중·고교 경우는 조기 등교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개방하고, 별도의 아침 운동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중․고등학교의 경우 ‘9시 등교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좋은 사례를 남겼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의 이런 행보는, 스스로  ‘9시 등교제’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면서, 조기등교 학생들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의 이런 방침은, 교육청조차 ‘9시 등교제’ 시행이 비현실적이란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학부모들과 교원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9시 등교가 시행돼도 아이와 부모가 아침밥을 같이 먹는 일이 일주일에 몇 번이나 되겠느냐”, “9시 등교제로 인한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부모가 출근하고 난 뒤, 아이가 집에서 (학교에 등교하기 까지)방치되는 시간만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교총)도 ‘9시 등교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교육의 원리를 무시하는 9시 등교제는 학교현장과 학생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교육청이 일선학교에 강요하는 정책이 아니라, 학교구성원이 참여하는 자율결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조희연 교육감이 9시 등교제를 의제로 만들어 학교현장의 선택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교육청 측의 해명은 믿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교총이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소속 교장 및 교사 4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79.3%(325명)가 9시 등교제를 반대했으며, 이 가운데 36.3%는 ‘매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매우 찬성’은 1.2%, ‘찬성하는 편’은 10.2%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