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극좌연합 ‘시리자’ 승리 후 ‘유로존 대화’ 시작되자 스페인서도 극좌세력 지지
  • ▲ 지난 31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청에서 푸에르타 델 솔 광장까지 시위행진을 벌인 '포데모스' 지지세력들. ⓒ채널 4 보도화면 캡쳐
    ▲ 지난 31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청에서 푸에르타 델 솔 광장까지 시위행진을 벌인 '포데모스' 지지세력들. ⓒ채널 4 보도화면 캡쳐

    2012년 터진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 일명 ‘PIIGS’ 위기. 여기에 들어간 나라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남유럽의 그리스와 스페인은 EU가 지원해 준 ‘구제금융’을 갚을 수 없다며 국내 극좌세력들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 총선에서 EU와 IMF(국제통화기금)의 긴축재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극좌연합 ‘시리자’가 승리한 뒤 스페인에서도 유사한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간)에는 스페인 극좌세력 ‘포데모스(Podemos)’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이날 각지에서 마드리드로 올라온 수만 명이 신생 극좌정당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가 주최한 ‘변화를 위한 행진’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포데모스’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드리드 시청에서 푸에르타 델 솔 광장까지 행진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에게 기본 소득을” “함께라면 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고 한다.

  • ▲ '포데모스'의 리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파퓰러 레지스탕스 홈페이지 캡쳐
    ▲ '포데모스'의 리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파퓰러 레지스탕스 홈페이지 캡쳐

    ‘포데모스’의 리더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행진을 마친 뒤 시위대를 향해 “그리스 총선 이후 지난 6일 동안 일어난 일은 지금까지의 많은 정부가 몇 년 동안 한 일보다 많다”고 소리치며, “변화의 바람이 유럽에 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시위대에게 “우리도 꿈을 꾼다. 그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리스 시리자처럼 집권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보도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포데모스’는 2011년 긴축정책에 반대한, ‘분노하라’ 시위에 참가했던 좌파 지도자들이 모여 2014년 1월에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창당 직후 치른 2014년 5월 EU 의회 총선에서 8%의 지지율로 5석을 얻었다. 최근 스페인 내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해 올해 5월 지방선거와 11월 총선에서 집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데모스’는 급진좌파 노선을 추종하며, 현재 집권여당인 국민당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의 양당 구도를 뒤집어엎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을 내는 기업은 해고를 못하게 하고, 민간 병원은 국가 소유로 바꾸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다는 것이 ‘포데모스’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알려져 있다.

  • ▲ 한 블로거가 남유럽 재정위기를 설명하며 갖다붙인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총리의 사진. 캡션이 걸작이다. ⓒ도피스 크론 블로그 캡쳐
    ▲ 한 블로거가 남유럽 재정위기를 설명하며 갖다붙인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총리의 사진. 캡션이 걸작이다. ⓒ도피스 크론 블로그 캡쳐

    ‘포데모스’의 지지율은 지난 1월 중순 그리스 총선에서 ‘시리자’가 집권 여당이 된 뒤부터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반부패와 긴축정책 폐지를 목표로 내걸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스페인 정치권은 “포데모스가 포퓰리즘에 빠져있다”고 비판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부정부패에 물든 정치인들의 주장 보다는 ‘포데모스’의 제안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 국민들이 ‘포데모스’와 같은 극좌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2014년 실업률이 23.7%나 되는 현실 문제도 있다. 

    한편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마저 EU, IMF와 약속한 ‘긴축재정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독일, 프랑스가 주축인 ‘유로존’이 힘을 잃는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국가들에서 극좌 정당이 잇달이 집권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