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3인방 최경환·황우여·김희정 의총 불참, 투표만 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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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로 유승민 의원(맨 오른쪽)이 선출됐다. 왼쪽부터 원유철 정책위의장, 김무성 대표. ⓒ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로 유승민 의원(맨 오른쪽)이 선출됐다. 왼쪽부터 원유철 정책위의장, 김무성 대표. ⓒ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입을 꾹 닫았다.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투표장에 최 부총리가 머무른 시간은 5분 남짓. 당 의원총회는 불참했지만 한 표는 행사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어수선한 투표장에 빠른 걸음으로 들어섰다. 동료 의원들과 인사 나눌 새도 없이 투표만 한 채 곧장 국회 밖으로 나섰다. 어느 후보를 찍었는지, 왜 늦게 왔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최 부총리는 "원내대표 후보자 간 토론회는 보지 못했다"며 황급히 차량에 올라탔다. 마음 속에 정해둔 후보를 찍기 위해 달려왔단 의미였다. 

    앞서 들어온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마지막으로 다녀간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동료 의원들은 세 사람이 다녀간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

    황 부총리는 "세 사람이 연락을 하고 온 것은 아니"라면서 "빨리 오면 (유승민 후보 쪽에서) 불편하고 그러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이날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3일로 하루 늦추면서 국회의원 겸직 장관의 투표를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친박계와 가까운 이주영 원내대표·홍문종 정책위의장 후보의 승리를 간접적으로 도왔다는 것이다. 

     

  • ▲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투표하지 않은 이완구 총리 내정자(왼쪽)와 김무성 대표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투표하지 않은 이완구 총리 내정자(왼쪽)와 김무성 대표 ⓒ이종현 기자

     

    특히 투표에 앞서 진행된 후보자 토론회에서 양측 신경전이 극에 달하면서 '내각 3인방'의 출석이 사실상 확실시 됐다.

    유승민 후보는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찹쌀떡을 만드는 찹쌀 가루 집안을 만들겠다. 아무 걱정 마시라"고 했다.

    지난 1일 이주영 후보가 유 후보를 겨냥 "쓴소리만 하다 보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처럼 '콩가루 집안'이 된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유 후보는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콩가루 집안이 된다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면서 "밖에서 세보니까 서너 번 밖에 쓴소리를 안 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주영 후보자는 "(정치) 선배인 이주영과 홍문종을 먼저 시켜달라"며 "앞날이 창창한 유승민은 다음 기회에 당 자산으로 쓰게 아껴달라"고 호소했다.

    선거 결과는 유승민·원유철 원내지도부 후보의 압승이었다. 전체 투표 149명 중 84표를 가져갔다. 이주영·홍문종 후보는 65표에 그쳤다.    

    이날 김무성 대표와 총리 내정자인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중립'을 이유로 투표에 불참했다. 박빙으로 치닫을 수 있는 선거에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 여당 관계자는 "판세가 다 나와있는데 굳이 김무성 대표까지 투표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면서 "오히려 내각에서 세 사람이 다 왔다는 게 놀랍다. 이번일로 친박계는 체면을 완전히 구기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