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채무 7조원 감축 공약 달성’ 공포식까지 열어 ‘홍보’
  •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DB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이 선거 당시 공약한 ‘채무 7조원 감축 성공’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서울시 채무를 줄이는데 공헌한 SH공사 등에 감사패를 수여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 달성으로 시의 재정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박원순 시장의 치적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서울시 채무 7조원 감축’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무엇보다 박원순 시장이 ‘부채 7조원 감축’에서 ‘채무 7조원 감축’으로 당선 뒤 말을 바꾸면서, 누가 시장이 됐든 자연스럽게 줄어들 ‘서울시 채무 감소’를 자신만의 성과인양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시는 [채무 감축 달성 공포식]을 열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 시 시민에게 약속한 ‘채무 7조원 감축’ 목표달성에 성공했다”며, “2011년 기준 연 7,333억원에 달했던 이자비용이 올해 연말 기준 4,686억원으로 약 2,665억원 가량 줄었다”고 자축했다.

    이와 함께 ▲SH공사 ▲지하철 양공사 ▲서울시 마곡사업담당관 ▲도시정비과 ▲재정비과 ▲재정담당관 ▲은평구 도시계획과 등 8개 기관 및 부서는 채무 감축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서울시가 발표한 ‘채무 7조원, 이자비용 2,665억 감축’은 과연 진실일까?

    [채무 감축 달성 공포식]에서 밝힌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0월 박 시장 취임 당시, 서울시와 투자기관의 채무는 총 19조9,873억원에 달했다. 연 이자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를 박 시장이 취임한 후, 꾸준한 관리를 통해 '올해 12월 현재 7조397억원의 채무를 줄였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세부적으로, 서울시의 채무 감소액을 살펴보면 ▲SH공사 6조8,000억원 ▲지하철 양 공사 4,886억원 ▲서울시 600여억 원 등이다.

    줄어든 채무 가운데 94%인 6조8,000억원은 SH공사 채무 감소분으로, 서울시의 채무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주장의 ‘치명적 맹점’은 여기에 있다.

    줄어든 채무 가운데 94%(6조8,000억원)인 SH공사 채무 감소분이, ‘선투자 후회수’로 원래 없어질 예정이었던 ‘채무’였기 때문이다.

    즉, 박원순 시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시장이 됐어도, 현재와 같은 자연스런 채무가 이뤄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사실은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 치적 홍보’가 ‘오버’임을 반증한다.

    게다가 박 시장은 ‘채무 감축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공약 달성에 눈이 멀어, 이종수 전 SH 사장 등 전문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마곡지구와 문정지구를 헐값 매각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서울시의 ‘박원순 치적 홍보’는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홍보한 서울시의 채무감축 성과는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 있다가 익은 감이 떨어진 것’”이라며, “자신의 업적이 아닌 내용을 과대 포장하고 홍보하는 것은 정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박원순 시장이 선거 당시 약속한 ‘부채 감축’을 ‘채무 감축’으로 바꾼 사실에 대해, 당사자인 박 시장이나 서울시가 어물쩍 넘어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박 시장의 선거 당시 ‘공약’이, ‘부채 7조원 감축’에서 ‘채무 7조원 감축’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서울시의 치적 홍보는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 주변에서는, 최근 대선후보 선호도 및 지지율 조사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자신의 치적을 과잉홍보하면서, 서울시를 들러리로 내세우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서울시 ‘부채’는 박원순 시장 취임 시점인 2011년 말 26조5,202억원에서 1년 뒤인 2012년 말 27조4,086억원으로 8,884억원 증가했다. 이는 서울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만 서울시는 ‘부채’ 증가에 대해,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임대보증금 5,791억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정책에 따라 시가 부담해야 할 보증금 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부채는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차입금, 지방채증권과 같은 채무 외에 임대보증금, 퇴직급여충당금, 선수금 등을 포함한다.

    반면 채무는 이자를 붙여 정기적으로 갚아야 하는 차입금, 지방채증권, 각종 채무부담행위 등을 말한다. 흔히 ‘빚’이라고 하면 부채가 아닌 채무를 뜻한다.

    문제는, 마곡-문정지구 분양 등, 당초 시가 ‘빚’을 내 실행한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분양수익 등으로 자연스럽게 ‘채무’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시 주변에서, 박원순 시장의 치적 홍보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선투자 후회수’ 방식으로 이뤄지는 시 개발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가 선전한 채무감축분의 94%를 차지하는 SH공사 채무의 감소는 자연스런 결과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