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탐사보도기자 안치용 씨, “아름다운 재단 USA, 자금관리 수상해” 지적
  • ▲ 박원순 서울 시장. 그가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 USA'에서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 시장. 그가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 USA'에서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데일리 DB

    ‘아름다운 재단’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00년 8월에 만든 ‘공익 재단’으로 알려져 있다. 연이어 설립한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를 통틀어 ‘아름다운 네트워크’라는 이름도 붙였다.

    2011년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자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많은 ‘설(說 )’들이 돌았다. 그 가운데 “재벌 기업들 돈을 끌어와서 좌파 단체 도와준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런데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이야기가 또 나왔다. 이번에는 미국에서다.

    탐사보도전문 저널리스트인 안치용 기자가 美국세청과 지방 정부 기록 등을 뒤져 ‘아름다운 재단 USA’의 수상한 점들을 파헤친 것이다. 


    안치용 기자가 파헤친 ‘아름다운 재단 USA’의 이상한 회계


    2003년 8월 박원순 당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는 미국에 ‘아름다운 재단 USA’를 설립했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아름다운 재단’은 “우리는 미국의 그곳에 이름만 빌려줬을 뿐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다.

    아무튼 박원순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아름다운 재단,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아름다운 가게,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희망제작소에서 상임 이사로 활동했다. 거의 같은 시기인 2003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아름다운 재단 USA’에서도 상임 이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재단 USA’는 美국세청에 비영리 단체로 인가를 받아 활동했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보면 ‘아름다운 재단 USA’는 ‘1% 나눔운동’과 ‘나눔 갈라 쇼’, ‘기빙 프리 펀드’ 등의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 초기 ‘아름다운 재단 USA’가 직접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 보다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자처하며, 한인단체나 사회복지단체 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는 이사진들이 재단 운영비의 40%를 부담하고, 기부 받은 돈은 전액 사회복지단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뜻도 밝혔었다. 

    그런데 안치용 기자가 밝혀낸 부분을 보면, 이런 취지는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심지어 사람들로부터 매년 기부 받은 돈을 어떤 단체에 얼마나 지원했는지 등에 대한 내역도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결국 안치용 기자는 ‘아름다운 재단 USA’가 美국세청에 신고한 비영리 단체 세금보고서를 입수,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립연도부터 ‘실제’와 ‘공식적’인 일자가 달랐다. 재단 홈페이지에는 설립연도가 2006년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2003년 8월에 설립됐다고 한다. “설립된 지 180일이 되지 않으면 세금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美세법 규정에 따라 2003년 세금 신고서는 없었지만,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제출한 세금 신고서에는 이상한 점들이 보였다는 것이다.

  • ▲ 아름다운 재단 USA 홈페이지 메인 화면. ⓒ아름다운 재단 USA 홈페이지 캡쳐
    ▲ 아름다운 재단 USA 홈페이지 메인 화면. ⓒ아름다운 재단 USA 홈페이지 캡쳐

    안치용 기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아름다운 재단 USA’가 美국세청에 신고한 기부금 수입은 총 205만 달러. 이 가운데 다른 영세 단체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한 돈은 81만 1,000달러가량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120만 달러는 어디로 간 걸까. 내역을 살펴보면 단체 운영비로 67만 6,000천 달러, 인건비로 40만 6,000달러를 사용했다고 한다. 영세 단체를 돕는 데 쓴 돈은 받은 돈 가운데 39.5%에 불과, 기부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안치용 기자는 “연도별 자금집행 내역을 보면 더 놀랍다”고 지적한다.

    ‘아름다운 재단 USA’는 홈페이지에 밝힌 설립연도인 2006년 이전에 이미 2만 7,000달러의 기부금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돈은 이월돼 2006년 기부금과 합쳐졌다.

    2006년에는 18만 2,000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는데 이 중 다른 단체를 지원한 돈은 1만 4,000달러(총액의 8%)에 불과했다고 한다. 반면 인건비, 운영비 등은 6만 8,000달러에 달했다. 

    2007년에는 31만 5,000달러를 모금했고, 전년도에서 이월된 기부금도 15만 달러나 됐다. 하지만 이때도 다른 사회복지 단체를 지원한 돈은 7만 3,000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건비와 운영비로 9만 1,000달러를 사용했다.

    2008년에는 32만 3,000달러를 모금해 사회복지단체에 26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등 경상비도 함께 늘어 12만 8,000달러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 결과 6만 5,000달러의 적자를 봤다.

    2009년에는 26만 6,000달러를 모금해 12만 8,000달러를 다른 단체에 지원했는데, 역시 경상비로 15만 달러 이상을 지출, 1만 2,000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한다.

    2010년에는 29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런데 사회복지단체를 지원한 돈은 10만 2,000달러, 반면 경상비는 22만 9,000달러나 됐다고 한다. 이 중 인건비만 해도 11만 9,000달러였다고 한다. 결국 이 해에도 4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안치용 기자는 ‘아름다운 재단 USA’가 2011년과 2012년에도 인건비와 운영비가 사회복지단체를 지원한 돈 보다 더 많아 결국 적자가 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름다운 재단 USA’의 이사를 그만둔 뒤에는 사정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 ▲ 아름다운 재단 USA의 재정 내역. 이상한 점들이 곳곳에 있다.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쳐
    ▲ 아름다운 재단 USA의 재정 내역. 이상한 점들이 곳곳에 있다.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쳐

    안치용 기자 “美국세청 신고서 수치도 안 맞아…심각”


    안치용 기자가 ‘아름다운 재단 USA’의 문제는 2010년까지 계속되었다고 주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안치용 기자는 “이 재단이 기부금을 전달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세금 신고서를 살펴보면, 단체별 지원내역 액수와 전체 지원 총액이 박원순 시장이 이사로 재직했던 2010년까지 일치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갑작스럽게 사회복지단체 지원금이 늘어난 2008년, ‘아름다운 재단 USA’는 25만 6,000달러를 지원했다. 그런데 한 단체에만 13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단체 이름은 ‘프린스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였다.

    뉴저지 프린스턴에서 활동하는 이 단체는 연간 4만 달러 정도의 기금으로 지역 한인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진짜 사회복지단체’라고 한다.

    안치용 기자가 美국세청에서 자료를 뒤지자 이상한 문제가 튀어나왔다. ‘프린스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비영리단체 번호 27-1739566)’가 美국세청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 단체에 13만 달러를 기부한 단체는 없었다는 것이다.

    美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프린스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의 수입은 2008년 4만 4,000달러, 2009년 수입은 4만 6,000달러였다고 한다.

    즉, ‘아름다운 재단 USA’와 ‘프린스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 둘 중 하나가 납세신고를 거짓으로 했다는 말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아름다운 재단 USA’의 세금 신고서를 보면, ‘프린스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에 기부한 돈이 12만 9,578달러라고 돼 있다. 그런데 같은 서류의 2페이지에는 13만 4,578달러로 기재돼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재단 USA’의 2008년 세금 신고서는 이런 식으로 총 2만 8,000달러의 오차가 생긴다고 한다.

    ‘아름다운 재단 USA’의 2008년 세금 신고서에는 이상한 부분들이 또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재단 USA’는 2008년 6월 10일 7개 단체에 4만 5,000달러, 11월 18일에 7개 단체에 6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이는 현지 언론에도 보도된 내용이다.

    하지만 세금 신고서에는 지원한 단체는 10개, 지원 금액은 25만 9,578달러로 돼 있다. 기부금 전달식에 참여하지 않은 단체 가운데 2곳은 ‘프린스턴 한인 커뮤니티 센터’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유니버시티’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재단 USA’는 이들 단체에 각각 13만 달러와 2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美국세청에 신고했다.

    ‘아름다운 재단 USA’의 이상한 세금 신고서 ‘실수’는 2010년에도 나타났다고 한다. 언론과 재단 측에서 공개하기로는 9개 단체에 9만 5,000달러를 지원했지만, 세금 신고서 상에는 10만 2,000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2006년에는 기부금 지원 총액이 단체별 지원 내역보다 1,295달러 많았고, 2007년에는 6,567달러, 2009년에는 2만 달러 차이가 났다고 한다.

    이런 수치 차이가 박원순 시장과 총괄이사였던 오 모 씨가 이사직을 사임한 뒤인 2011년부터는 딱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안치용 기자의 지적이다.

  • ▲ 아름다운 재단 USA의 2010년 세금 신고서.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쳐
    ▲ 아름다운 재단 USA의 2010년 세금 신고서.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쳐

    기부금 받아 아름답게 인건비로 쓴 ‘아름다운 재단 USA’


    사회복지단체를 지원하는 돈 보다 인건비와 경상운영비가 더 많이 나가는 문제는 재단 이사진들의 인건비가 주된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당시 단체 대표였던 오 모 씨는 자신의 인건비로 1만 5,000달러를 가져갔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6만 달러를 가져갔다고 한다. 

    ‘총괄이사’로 등재돼 있는 박 모 씨의 경우 2011년에는 2만 달러, 2012년에는 6만 달러를 인건비 명목으로 받아갔다고 한다.

    이들 때문에 ‘아름다운 재단 USA’는 늘 적자에 허덕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안치용 기자의 설명이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여기에 대해 "나는 몰라"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였다.

    박원순 당시 ‘아름다운 재단 USA’ 이사는 매년 한 번 모금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는데 이때 모든 비용을 재단 측에서 부담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에 이 문제가 보도되었을 때 ‘아름다운 재단 USA’ 측은 “손님을 모시는 데 경비 부담은 당연한 것”이라는 식으로 반박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이 단체의 이사였다.

    또한 매년 연말에 여는 ‘나눔 갈라 쇼’의 경우에도 초호화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치용 기자에 따르면, ‘아름다운 재단 USA’의 ‘나눔 갈라 쇼’ 비용은 2012년 13만 2,000달러였다고 한다. 같은 해 사회복지단체를 지원한 돈은 12만 2,000달러였다.

    안치용 기자는 ‘아름다운 재단 USA’가 재단 설립 당시 “모금한 돈과는 별개로 이사들이 운영비의 40%를 갹출해 활동하겠다”는 공약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서, “남들을 돕는 데 돈을 쓴다는 말을 믿고 기부했는데 그걸로 자신들의 배를 불린다면 없느니만 못한 재단 아니냐”며 쓴 소리를 퍼부었다. 


    미국서 벌어진 ‘아름다운 재단 USA’의 비밀, 누가 알까?


    안치용 기자의 지적처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재단’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단체의 허브’를 자처하는 재단들은 대부분 모금한 기금의 80% 이상을 소규모 사회복지단체를 지원하거나 사회사업을 하는 데 사용한다. 반면 인건비 등 경상 운영비는 20% 안팎 수준이다.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어린이 구호활동을 펼치는 월드 비전은 모금한 돈 가운데 84.7%를 외부 지원에 사용한다. 미국 적십자사의 경우에는 그 수치가 더 높아 모금한 돈의 90% 이상을 다른 단체나 복지기관 등에 기부한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 시장이 미국에 가서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재단 USA’는 연 평균 35% 가량만을 사회복지단체 지원에 사용했다. 수치로 보면 40%지만 이는 2008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13만 달러의 기부금 때문이다.

  • ▲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문제의 13만 달러 관련자료.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쳐
    ▲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문제의 13만 달러 관련자료. ⓒ안치용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 캡쳐

    물론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 시장이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에서 상임 이사로 활동할 때 정부에 기부금 모집 등록을 하지 않고 1,0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집했던 사실을 떠올려 보면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참고로 박원순 서울 시장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아름다운 재단,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아름다운 가게,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아름다운 재단에 1,000억 원, 아름다운 가게에 740억 원, 희망제작소에 70억 원의 기부금을 끌어다 줬다.

    현행법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받으려면 안전행정부에 기부목적 및 내용 등을 등록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 시장은 '선거' 덕분에 소환 조사가 연기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박원순 서울 시장이 함께 재단을 설립했던 오 모 씨와 함께 이사직을 사임하고, ‘아름다운 재단 USA’의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끊은 2010년을 지나서부터는 재단 운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재단 이사들이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답변만 하고 있어, 재단의 회계 문제, 도덕적 문제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치용 기자에 따르면, 문제가 된 2008년 재단의 세금 신고서 작성을 대행한 회계법인 ‘김앤리코’의 연락처는 결번으로 나와 접촉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앤리코’의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기고 2년 후배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4~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미국에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세히 모니터링한 사람이나 단체가 없어, ‘아름다운 재단 USA’의 수상한 운영 과정은 비밀 속에 파묻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