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재단’, ‘인생이모작지원단’ 등 신설 기관 ‘졸속’ 설립 추진
  •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베이비부머 세대(40대 후반~60대 초 중노년층)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설립을 계획한 ‘50+재단’에 대해, 전형적인 ‘옥상옥(屋上屋)’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복지재단, 인생이모작지원센터 등 유사기관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업무중복이란 지적은 물론, ‘졸속추진’이란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선 최근 박원순 시장의 대권후보 지지율이 10%p 넘게 빠졌다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이 50~60대 표심을 노리고, 무리수를 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원순 시장이 ‘자기사람 심기’를 위해, 위인설관(爲人設官, 사람을 위해 일부러 자리를 마련한다는 뜻)에 나섰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15년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예산안 검토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베이비부머 세대 관련 정책·연구 기능을 총괄할 ‘50+재단’과 ‘50+연구소’ 등을 내년 10월까지 설립하기 위해, 신규예산 10억원을 편성해 줄 것을 서울시의회에 요청했다.

    서울시가 요청한 예산안에 대해 시의회 보건복지위는, “‘서울시복지재단’이 관련 조례에 따라 이미 설치돼, 10년간 운영 중에 있다”며 “또 다시 복지건강실 산하에 재단을 설치하려는 것은 업무중복은 물론 예산 낭비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단 설립을 위해서는 설립의 타당성과 사업 적정성을 사전 검토하고 시민들의 공감대 마련이 기본 요건”이라며, “서울시는 재단설립과 운영을 위한 공청회, 사전설명절차, 시민욕구조사, 연구용역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3년 12월 말 설립된 ‘서울시복지재단’의 경우, 설립 이전에 ‘설립발기인 총회’를 마쳤고 재단이 설립되기 3개월 전 ‘서울시 복지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 ▲ ▲서울인생이모작센터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연합뉴스
    ▲ ▲서울인생이모작센터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연합뉴스

    반면, ‘50+ 재단’의 경우, 관련 조례가 아직 제정되지 않았고 설립 발기인 총회, 설립계획과 타당성 검토용역, 출연금 총액, 조직 및 인원구성 등 설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먼저 요구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결국 ‘50+재단’ 설립 보류 의사를 밝히면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시가 ‘인생이모작 지원단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5억원의 예산 편성을 추가 요구해 또 다른 물의를 빚고 있다.

    ‘인생이모작 지원단’은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만 운영되는 일종의 테스크포스(TF)다. 문제는 서울시가 요구한 예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항목이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6개월만 고용되는 5명의 직원들을 위한 사무집기와 냉난방비 등으로 9천만원, 사무관리비로 7천2백만원이 책정돼 있다.

    5명이 6개월간 단기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시청사나 산하기관의 짜투리 공간을 사용해도 충분할텐데, 이들을 위해 무려 300m² 규모의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겠다며, 임대보증금만 1억4천3백만원을 요구했다. 5명 직원 월 급여도 1인당 350만원에 달한다.

    누가 봐도 상식 밖의 예산 편성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기존 조직이 있는 상황에서 업무가 겹치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의도도 그렇고, 논란이 일자 서둘러 정체불명의 임시조직을 만들겠다며 주먹구구식 예산 배정을 요구하는 서울시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박원순 시장이, 구체적 직업이 없는 진보 시민단체 인사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불필요한 조직을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쏜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서울시의원은 “인생이모작지원단을 만들 수 있다고 쳐도 서울연구원 또는 학술용역을 활용한다면 비용을 최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6개월 단기로 운영되는 조직을 위해 5억원이라는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시의원은 “기존에 관련업무가 중복되는 기구들이 있음에도 굳이 ‘50+’ 재단 등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동료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괜히 재단 하나 만들어 이사장 등 자리를 나눠 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50+ 재단’ 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50+재단’은 기존 노인복지센터 업무와 중복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노인복지센터는 고령친화도시조성사업, 노인복지, 취약계층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50+재단’은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세대에 대해 인력개발과 사회참여 활성화 정책 등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단 설립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달부터 재단설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이 진행 중에 있다”며,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관련 조례는 입법절차에 따라 내년 3월에서 5월 사이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