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프랑스는 비례대표 없어… 독일은 정원 절반이 비례대표
  • ▲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꾸려 정당·국회 개혁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제가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 보인다.

    여야 혁신위원장은 13일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원내4당 정책토론회에서 비례대표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0일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이유로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기 때문에,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정수와 비례대표 정수를 논의하는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 정수 축소 주장과 확대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 ▲ 비례대표 축소를 주장한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비례대표 축소를 주장한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축소·폐지론 "당권 잡은 사람 전리품… 국민이 직접 뽑아야 책임감 강해"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13일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원내4당 정책토론회에서 비례대표의 축소를 주장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국민이 직접 대표를 뽑아야 책임감이 강한 국회의원이 나온다"며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비례대표 축소를 주장하는 견해가 제기된다. 그 중 일부는 축소를 넘어 비례대표제 폐지도 거론한다.

    이는 비례대표 명부 선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것과, 이렇게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 중 일부가 각종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24일 보수혁신위의 소통간담회에 참석해 "지금 비례대표는 당권 잡은 사람의 전리품 아니냐"며 "국민들이 검증할 수 없도록 투명하지 않게 선출되는데, 그 숫자가 (전체 국회의원 정수의) 5분의 1이나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 SNS상에서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네티즌들. ⓒ트위터 화면 캡처
    ▲ SNS상에서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네티즌들. ⓒ트위터 화면 캡처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권을 잡은 친노(親盧) 지도부가 친노 강경파 성향의 비례대표를 대거 공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당선된 김현·장하나 등 비례대표 의원들은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우영 뉴스타운 논설위원은 "당초 비례대표는 직능 단체의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으나 실제로는 생계형, 보은, 논공행상, 계파할당 등의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며 "말썽을 일으키는 의원들도 비례대표 초선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비례대표가 의회 제도의 필수는 아니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민주주의의 발상지 영국은 하원 650석 중 비례대표는 단 1석도 없다. 상원 792석은 영국국교회 고위성직자와 작위 소유자에게 부여돼 이 역시 비례대표라 말하기 어렵다.

    미국 또한 하원 435석과 상원 100석 전부가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되며, 비례대표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혁명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를 연 프랑스도 하원 577석과 상원 343석 전부를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한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을 겸임할 수 있도록 헌법으로 허용함으로써 국회의원과 지역구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 ▲ 국회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국조특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출신 김광진·김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국조특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출신 김광진·김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지·확대론 "직능대표 진출해야… 전문성 살려 정책 입안할 인재 필요" 

    반면 여성·사회적 소수자·전문가·직능대표 등의 국회 진출이라는 순기능을 고려해 비례대표제의 축소나 폐지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문수 위원장과 함께 13일 토론회에 나섰던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소수자와 약자 보호, 다양한 정치 세력의 참여를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것은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것이고,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라며 "국회의원 절반은 비례대표로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심상정 원내대표의 주장은 외국의 입법례 중 독일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연방 하원은 총 의석 598석 중 절반에 해당하는 299석을 비례대표에 배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든 것을 가지고 전체의 문제인 양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국정에 공헌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있다.

  • ▲ 예비역 육군 대장으로 전문성을 살린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예비역 육군 대장으로 전문성을 살린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자신의 전문 지식을 살려 보육·연금 등의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여야간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공무원연금 개혁에서도 전문성을 살려 개혁안을 마련해, 새누리당이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이다.

    이 비례대표 의원은 "21세기의 현대적인 국회에서는 전문성을 살려 정책을 입안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주변 의원들에게 비례대표를 줄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은 3군사령관을 역임한 예비역 육군 대장으로, 안보·군사 분야에 취약한 새정치연합에서 독보적인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군기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비례대표는 직능별로 잘 분배되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인재가 국회에 들어올 수 있어 아주 좋은 제도"라며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구역표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론하며 "국민들의 뜻이 국회의원 정수는 늘리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되면 지역구 때문에 비례대표가 줄어들텐데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