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114 이용사실 증명원’ 들이밀자..그제서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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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언 전 회장이 별장 비밀공간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민 제보를 묵살한 경찰이, 뒤늦게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사진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 중이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다는 시민 제보를 묵살했던 경찰이, 제보 사실을 뒤늦게 시인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달 유 전 회장이 숨진 채로 발견 된 직후, 비밀공간의 존재와 관련된 제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제보를 한 시민이 ‘114 이용사실 증명원’을 통해 신고사실을 증명한 뒤에야 태도를 바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경찰청은 4일, 지난 5월 말 검찰이 송치재 별장을 급습한 다음날 시민 J씨(59)로부터 “비밀공간이 있다”는 제보를 순천경찰서 경찰관 3명이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제보전화를 받은 경찰관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해당 시민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5월 26일과 같은 달 28일 J씨는 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에 전화를 걸어, 검찰이 급습한 송치재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다는 내용의 제보를 했다.

    유 전 회장은 별장 외벽과 내벽 사이에 있는 비밀공간에 숨어, 검찰의 수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 전 회장은 별장 근처 메실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을 감식한 국과수는 사망 추정일자를 검찰이 별장을 수색한 다음 날인 5월25일이라고 밝혔다.

    만약 제보전화를 받은 경찰이, 별장 비밀공간에 대한 존재를 확인하고 별장 인근에 대한 추가적인 정밀 수색에 나섰다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물론 사망원인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부실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J씨는 지난달 24일 인천지검과 순천서 정보과에 전화를 걸어, “유 전 회장이 별장 비밀공간에 숨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줬으나 경찰이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유 전 회장 도피와 관련된 결정적 제보를 받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경찰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특히 경찰은 순천서의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J씨와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J씨는 ‘114 이용사실 증명원’을 발급받아, 경찰의 해명을 반박했다.
    J씨가 발급받은 114 이용사실 증명원에는 5월26일과 같은 달 28일 순천서에 전화를 건 사실이 기재돼 있었다.

    이에 경찰은 “114를 통해 순천서에 전화를 하는 경우, 통화내역이 남지 않는 오류를 확인했다”면서 제보전화의 존재를 시인했다.

    경찰청은, 감찰을 통해 경찰이 시민의 제보를 받고도 이를 묵살했는지 여부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순천서를 상대로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된 변사체에 대한 초동수사 부실 여부를 감찰할 계획이었으나, 유 전 회장 사망과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감찰 착수시기를 뒤로 미뤘다.

    감찰과 관련돼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불신의 진원지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의혹해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