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강행 시사했지만, 결국 자진사퇴..득보다 실 많다 판단한 듯
  • ▲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 이종현 기자
    ▲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 이종현 기자

    논란을 빚던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결국 자진사퇴했다.

    하루전인 15일까지만 해도 임명 강행 기류가 흐르던 청와대 분위기를 고려하면 의외의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정성근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스스로 사퇴를 결정한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와는 달리 청와대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끝까지 돌파 의지를 보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순간 뜻을 꺽었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성근 후보자에 대한)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사퇴로 결정된 것도 임명강행에 따른 여론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 내부에서는 정성근 후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문제가 됐던 폭탄주 의혹은 식사 자리에서 반주를 한 것이고 정 후보자 본인은 거의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청와대는 파악하고 있었다.

    또 위증논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결과 100%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내부의 의견이었다.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뒤집고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 대한 '결단'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여론 추이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로는 대통령의 급작스런 심경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날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과 함께 정성근 후보자까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요청을 재송부하면서 임명강행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도중에 결심을 바꿔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정치권은 불통 인사 강행이 7.30 재보선을 앞둔 여당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불만이 박 대통령에게 무거운 짐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가진 오찬에서도 김무성 대표가 이런 분위기를 박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을 마친 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와 가진 5분여간의 독대에서도 인사에 대한 여당의 적극적인 지지와 적극적인 여론 반영이라는 주제의 대화가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역시 이런 여론에 반(反)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을 가졌다.

    결국 여당 새 지도부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이를 수용한 박 대통령의 결단으로 정성근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앞으로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야당의 거친 공세가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자진사퇴로 결론났지만,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없었다면 깔끔하게 끝났을 문제"라며 "2기 내각 구성에 또다시 빠진 부분이 생겨 아쉬움을 남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