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장마당 통해 중국산 불법 DVD 유입 가능성 커
  • ▲ "봐, 내가 뭐랬어? '독침' 놓는다니까 꼬박꼬박 존칭 붙이잖아?!" 인민군 사이에서 PC를 앞에 두고 활짝 웃는 김정은. [자료사진]
    ▲ "봐, 내가 뭐랬어? '독침' 놓는다니까 꼬박꼬박 존칭 붙이잖아?!" 인민군 사이에서 PC를 앞에 두고 활짝 웃는 김정은. [자료사진]

    김정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뭘까.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 독립영화감독이 답을 내놨다.
    주민들에게 ‘경애하는 원수’가 아니라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독립영화감독 폴 피셔는 4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INYT)에
    ‘북한의 할리우드 공포’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코미디 영화 ‘인터뷰’에 발작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가
    이 영화가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 북한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셔 감독의 주장이다.

    “핵을 보유한 체제의 정상이
    겨우 코미디 영화 한 편에 격분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영화는 북한 정치에서 매우 중요하다.”


    피셔 감독이 김정일 시절부터 북한에서는 영화가 체제선전의 중요한 도구였으며,
    국가원수가 직접 영화제작에 관여하기도 한 점을 예로 들었다.
    북한 정권은 영화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며
    ‘북한인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며, 서구 제국주의에 마지막으로 맞서는 이들’
    이라는 생각을 주입시킨다는 설명이었다.

    피셔 감독은 이런 환상을 유지해야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
    ‘인터뷰’와 같은 코미디 영화를 통해 자신이 희화화될 경우
    북한 체제 자체가 우습고 의미 없는 것이 돼버릴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셔 감독은 영화 ‘인터뷰’가 북한에서 개봉하기는 어렵겠지만
    중국산 불법 DVD가 장마당을 통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김정은이 이 영화가 북한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장벽이 걷히고 북한 주민들이 김씨 일가가 ‘위대한’, ‘친애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흉악한 범죄자이면서 웃기는 자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실제 김정은 정권은 영화 ‘인터뷰’의 예고편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영화가 상영되면 보복하겠다”는 협박 성명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우파매체들이
    김정은에게 호칭을 붙이지 않고 ‘정은이’라고 부르며 조롱하거나,
    김정은을 패러디한 삽화를 넣은 대북전단을 보고
    ‘극악무도한 도발’이라며 펄펄 뛰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김정은의 ‘약점’을 파헤쳐낸 폴 피셔 감독은
    김정일에 의해 납치됐다 탈출한 여배우 최은희 씨와 故신상옥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김정일 프로덕션’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