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잊지 않겠습니다"柳통일 "기념관 등 건립 추진", 인권대사 "정부가 알려야"
  • ▲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가족회)가 잊혀진 매년 6.25전쟁 납북 희생자를 알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기념식이 2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뉴데일리=이종현 기자
    ▲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가족회)가 잊혀진 매년 6.25전쟁 납북 희생자를 알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기념식이 2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뉴데일리=이종현 기자

    64년이다.

    세상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납북자라는 단어를 입밖에 꺼내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저 먹먹한 아픔을 눈물로 달래며 숨죽이고 살았다.

    그렇게 60년이 넘는 날들을 견뎌냈다. 갓 두살 어렸던 딸은 이제 백발이 됏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 5회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이하 기억의 날). 6.25전쟁 중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납북희생자의 송환을 촉구하기 위한 행사다.

    자리를 가득 채운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도 눈물을 삼켰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북으로 끌려간 부모와 누이 형제의 송환을 촉구했다.

    납북피해자 가족인 서보석(66) 할머니는 “6.25전쟁 당시 철도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북한군이 강제로 끌고 간 후로 아무 소식이 없다. 아버지를 만나 뵌다면 꼭 보고 싶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소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친척들이 모두 북한에 남아있다고 밝힌 대학생 박영헌(25, 자원봉사자) 씨는 “기억의 날 행사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여기계신 분들이 모두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느껴진다”며 “길을 헤메시던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는데 너무 기뻐하셔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납북희생자 가족들과 참석자들은 납북희생자들의 사진에 헌화하며 슬픔을 함께 나눴다.

    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납북사실을 입증하는 수많은 국내외 문서와 증언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시종일관 납치사실을 부인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개인의 가치를 송두리째 앗아가고 그 존재까지 지운 북한의 야만적 납북범죄는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미일 이사장은 “가족 협의회가 잊혀진 전쟁납북자 존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납북자 사료집 2권 발간과 ‘6.25전쟁납북피해 관련 법률 제정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 ▲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가족회)가 잊혀진 매년 6.25전쟁 납북 희생자를 알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기념식이 2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뉴데일리=이종현 기자
    ▲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가족회)가 잊혀진 매년 6.25전쟁 납북 희생자를 알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기념식이 2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뉴데일리=이종현 기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격려사에서 “2010년 ‘6.25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피해가족들의 소중한 기억과 사연을 담은 기념관과 추모탑 건립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도 “지난 정권 10여년간 김정일과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과 대북사업이 진행되면서도 납북자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 못한 것은 유감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남북교류·대북지원 사업과 인도주의적 문제를 연계해 나가겠다"며 "정부가 납북피해 실상을 알리고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를 비롯해 납북희생자 가족 600여명이 자리를 함께해 납북자들의 사진이 새겨진 대형 현수막 앞에 카네이션을 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