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 격차 예상 범위 넘어, 나경원 표차보다 2배 이상..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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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혹한 패배다.
    선거 내내 끌려다니다가 끝났다.
    한때 안철수를 밀어내고 대선주자 1위 위엄으로 출사표를 내밀었다.
    하지만, 결과는 시작하지 않으니만 못했다.
    매몰차지만, 정몽준 캠프 내부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냉정한 평가다.

     

    정몽준 캠프는 세월호 여파를 패배의 변명으로 삼고 있지만, 2011년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무상급식 폭풍 속에서 박원순 후보와 맞붙었던 나경원 전 의원의 득표율차(7%)보다 두배 이상 더 벌어진 것은 선거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몽준 후보의 패배가 더 뼈아픈 것은 선거내내 공격다운 공세 한번 취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상대방인 박원순 후보와 제대로 붙어보기는 커녕 주변의 애먼 사람들과 내내 싸우다 끝난 선거라는 얘기다.


  • ▲ 6.4지방선거가 치러진 4일 오후 정몽준 후보가 캠프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6.4지방선거가 치러진 4일 오후 정몽준 후보가 캠프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박근혜와 싸우다

    정몽준 후보가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선거 시작부터 정 후보는 친박 프레임을 껴앉은 김황식 후보와의 대결로 대통령과 약간은 '결이 다른' 주자로 평가됐다.

    세월호 여파로 친박근혜가 아닌 비박근혜 계열이란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친박 프레임을 등에 업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의 당선은 이 공식을 깨트렸다.

    특히 선거유세기간 내내 지방으로만 내달리는 새누리당 중앙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은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정몽준 후보는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 캠프도 서울시청 인근에 설치하는 일반적인 관례도 깨고,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옆으로 자리잡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실제로 현재 당권 경쟁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친박계 유정복의 인천과 서병수의 부산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정몽준 캠프의 원성을 샀다.


     

    # 언론, 포털과 싸우다

    박원순, 정몽준 두 후보를 바라보는 언론의 비상식적인 이중잣대도 패배의 원인 중 하나다.

    정몽준 캠프는 상대방을 공격할때나 자신을 방어할때마다 언론, 포털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정몽준 후보에게는 불리한 이슈였던 아들의 [미개 발언]과, 자신의 [반값등록금 발언]은 선거 내내 주요 이슈가 됐다.

    신문.방송은 이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다뤘고,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도 여기에 동참했다.

     

    반면 박원순 후보에게 아픈 문제였던 농약급식과 자취를 감춘 부인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언론들은 오히려 이를 정몽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로 규정, 박원순 후보를 옹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농약급식 문제는 감사원 조사결과라는 객관적 사실이 있었음에도 대부분 언론들은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주장을 [견해차이]로 치부하고 동일하게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언론이 스스로 이슈에 대해 분석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 ▲ 6.4지방선거가 치러진 4일 오후 정몽준 후보가 캠프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6.4지방선거가 치러진 4일 오후 정몽준 후보가 캠프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자기 자신, 내부의 적과 싸우다


    정몽준 후보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 자신의 귀족 이미지를 끝내 벗지 못했다.
    이는 향후 대권을 다시한번 노려야 하는 정 후보 자신에게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는 [반값 등록금 발언]이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반값 등록금은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리고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 최고의 지성이라는데 반값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정 후보는 이 발언이 반값등록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발언 자체만 바라본 민심은 그 해명에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다른 후보였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었지만, 수조원대의 재벌에 [버스비 70원] 발언을 아직 꼬리표로 달고 다니는 정몽준 후보에게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었던 셈이다.

    일련의 수세적 과정에서 보여준 정몽준 캠프의 대응 능력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김황식-이혜훈 후보와 경선까지 벌인 정몽준 캠프였지만, 이런 논란에 대한 대응은 손발이 맞지 않았다.

    2011년 박 후보의 재보선 당선 이후 공식석상에 거의 얼굴을 비치지 않은 부인에 대한 수많은 의혹은 정몽준 캠프의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 대변인의 뜬금없는 [출국설] 발표 이후 사전투표 현장에서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머지 의혹제기가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 대표적 사례다.

    몇차례의 [미디어 데이]를 마련하고, 오전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캠프 내부를 자세히 공개한 박원순 캠프에 비해서 정몽준 캠프는 홍보 능력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