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 납북자 가족 고소 지시”..피해가족 음독 자살
  • ▲ 2007년 8월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당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가운데), 김만복 국정원장(오른쪽),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2007년 8월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당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가운데), 김만복 국정원장(오른쪽),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으로 논란이 된 '10.4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사실이 발표된 2007년 8월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의 브리핑이 있은 지 몇 시간 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납북자 생사확인 소식을 기대하던 중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뜻 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통일부가 납북피해 가족 11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발표했으니 우리 납북자 문제 이제 생사라도 확인이 되겠구나 기대하고 있는데, 고소하려면 나한테만 하든지. 가족 11명을 고소했어요."


    당시 통일부가 이들을 고소한 이유는 다소 황당했다.
    납북자 가족들이 <납북피해자 보상법 시행령>에 관한 공청회를 폭력적 방법으로 방해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납북가족들을 공무집행방해, 기물파손, 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통일부의 납북가족 고소는 남북정상회담 발표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문을 초래했다.

    최성용 대표는 납북자 가족을 상대로 한 정부의 고소가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의 특별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혐의가) 공청회를 무산시켰다고. 우리 의견을 하나도 안들어.
    그러면 40~50년만에 법을 만든다고 공청회를 하는데 가족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떠들기도 하고 하는거지"


    당시 납북자가족모임은 "인혁당 사건은 600억원 넘게 보상받는데 북한에 잡혀 있던 납북자 가족에게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금을 책정했다"며 납북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금 최고액을 4,500만원으로 정한 '납북피해자 보상법' 시행령의 취소를 요구했다.

    "거기에 할머니들이 많이 포함됐더라고.
    거기다가 북한에서 탈출시킨 귀환자도 2명이 들어가고.
    (어떻게) 피해 가족들을 고소를 합니까. 그것도 정상회담 발표하는 날에?"


    고소를 당한 뒤 납북피해 가족들은 교대로 이재정 장관의 집 앞으로 찾아가 '이재정 장관 사퇴하라'고 시위를 했다.

     

  •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가 유우봉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다. 2014.05.24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가 유우봉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다. 2014.05.24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가 유우봉 할머니의 남편 박두남씨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2014.05.24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가 유우봉 할머니의 남편 박두남씨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2014.05.24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여기에는 남편과 오빠를 북한에 납치당한 뒤, 35년간 두 아들을 키운 유우봉(당시 70세) 할머니도 있었다.

    "이 분(유우봉 할머니)이 저를 한 7년 따라다녔어요.
    남편 생사 확인을 하고 싶어서 따라다녔는데.
    내가 2~3일 전화를 하지 않으면 울면서 전화를 하시곤 했어요"


    하루는 청와대 앞에서 납북가족들 모두가 쇠사슬로 몸을 묶는 퍼모펀스를 펼치는 시위를 했다.
    시위가 끝난 뒤 피해 가족들은 모두 효자동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밥을 먹는데 (유우봉 할머니가) '최 대표 나좀 봐' 그러면서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 5만원을 꺼내는거여. 오늘 식사값 보태라고"

    "이후 거제도 할머니들하고 같이 내려갔어요.
    내려갔는데. 이틀 있다가 동네 우리 납북자 할머니가 전화가 온거야.
    농약 먹었다고. 시위하고 이틀 있다가"


    최 대표는 울먹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북한으로부터 남편의 사망 통지서를 받은 유우봉 할머니는 "죽었으면 유해라도 보내라"며 더욱 열심히 시위에 참석하던 차였다.

    "지금도 할머니들이 오면 저 사진을 떼달라고 하더라고.
    내 방에 오시면 저걸 좀 안 보이게 해달라.
    가슴 아프다고. 농약을 털어먹어도 그렇게 털어먹느냐고. 다 타버렸다고 하는데"

    "저 할머니 심정은 어땠겠어.
    고소 당했지.
    맨날 길거리에서 투쟁했어 우리는. 광화문 앞에서 막.
    그래서 그것이 내 죄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유 할머니는 최대표와 납북가족들의 곁을 떠났지만, 당시 통일부의 태도는 매몰찼다.

    유 할마니의 자살소식을 접한 통일부는 [유감]을 표했을 뿐, 장례식장에 직원 한 명 보내지 않았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 ▲ 20일 열린 이재정 경기교육감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문재인 의원 등 야당 인사들이 이재정 후보의 손을 맞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재정 후보 캠프 제공
    ▲ 20일 열린 이재정 경기교육감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문재인 의원 등 야당 인사들이 이재정 후보의 손을 맞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재정 후보 캠프 제공

     
    심지어 이재정 장관은 납북자 일부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기까지 했다(2007년 6월 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본인 의지로 간 경우, 의지와 관계없이 이뤄진 경우, 정치적 목적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상황도 있을 수 있어 복합적 요인이 있다"


    이재정 장관의 [망언]을 들은 납북피해 가족들은 "한국의 통일부 장관이 북한당국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마치 북한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북측이 회담에서 납북자가 없고 의거월북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취지였다.

    최성용 대표는 기자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 TV를 보다가 이재정이가 경기도교육감에 나선다는데 말이 되는 소리인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어"


    최성용 대표가 쓰고 있는 사무실 한켠에는 고인이 된 유우봉 할머니의 사진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다.

  •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이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4.05.24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 (사진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