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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아주 화가 단단히 났다. 그리고 매우 기세도 올랐다.[통일]이란 아젠다를 승부수로 던진
박근혜 대통령의 네덜란드-독일 순방에 연쇄되는 파문들이다.박 대통령은 통일 순방으로 불리는 이번 해외 출장에서
북한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략했다.
독일과 같은 흡수통일이 우리에게도 올 것이라는 선언은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도 가능하다]며 강도 높게 발끈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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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왜 화가 났나?
박 대통령의 독일 순방에서의 행보는
정부의 통일 방향이 [흡수통일]로 모아졌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준다.전 정권인 MB정부가 쉽사리 하지 못했던 표현을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하는 말, 찾은 장소는 그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띄고 있었다는 얘기다.판문점과 비교되는 브란덴부르크 문을 걸으며
“휴전선이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을 외쳤다.개성공단과 흡사한 드레스덴 공대에서는 [동독 주민의 담대한 용기]를 극찬했다.
북한 주민의 민란과 북 체제 붕괴를 통한 흡수 통일을 그리며
“독일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다”고 선언했다.북한에 제안한 3대 제안도
[실질적이고], [일회성이 아닌], [국제사회가 함께 하는]
남북한 교류 협력으로 점철된다.이는 더 이상 북한 정권만을 통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체제 붕괴를 두려워하는 북한이 가장 꺼리는 접근 방식이다.여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이목도 쏠린 것도 북한 정권의 긴장감이 급상승한 중요한 이유다.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는 등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
기세 오른 北 뒤에는 시진핑이…
“박근혜는 머나먼 유럽 땅에 날아가
북남사이의 <인도적 문제해결'>이니,
<공동번영을 위한 기초시설 구축>이니,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이니 하는 따위의 요설을 늘어놓았다.”- 조선중앙통신
박 대통령이 북한의 약점을 공략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북한이 이토록 기세를 높일 수 있는데 중국이 이면에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은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가진 박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 비핵화에 동의하면서도 상당히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했다.특히 시진핑 주석은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또 [중국측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 노력 중]이라는 말로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측 방식]이란 표현은
더 이상 한국과 미국이 짜는 프레임에 동조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중국이 그동안 우리에게 보였던 표현 수위와는 거리가 멀다.앞서 박 대통령은 순방 직전 가진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중국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경고를 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위로 중국을 압박했다.때문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핵실험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에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던 중국이 다시 북한편을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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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조성 중, 朴 승부수 계속 띄우나?
통일이란 아젠다가 설정된 이상
박 대통령은 계속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핵심 분수령은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과의 교류를 폐쇄한 5.24 조치를 벗어나는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에서 남북교류 확대의 조건으로 [비핵화]를 꼽지 않았다.
비핵화라는 구체적 조건보다 [신뢰의 회복]을 언급함으로써
적극적인 대북 공략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일단 핵 문제와의 연계 고리를 풀고 (비핵화와 남북교류를) 병행 추진하는 쪽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 비해서도, 현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도 진전된 것이 분명하다.”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청와대는 5.24 조치 해제 움직임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통일부 안팎에서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5·24조치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교류협력의 폭을 넓히고 속도를 빨리하는
투 트랙(Two track) 기조가 예상된다.이에 대한 역할과 정책기획은
곧 설립되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인 통일준비위에서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정부 관계 부처 및 관련 전문가와 협의하고 주변국과도 논의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것.”
- 정부 고위관계자
통일준비위는 이르면 4월 초순 구성될 것으로 전해진다.
5개 분과로 구성되는 통일준비위는
가장 먼저 남북 고위급 접촉을 시작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협상이 주요 업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