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으로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원칙주의나
통일은 대박...“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이산가족상봉에 동의했다.
 이것을 두고 일부는 그것이 북한의 다급한 경제난 때문일 것이라고 보았다. 그럴싸한 추론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 무슨 시혜라도 되는 양 ‘해주고’
그 대가(웃기는 이야기!)로 우리의 지원을 챙기고
 나아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5. 24 조치 해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그럴싸한 추론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는 이 질문과 관련해 분명한 스탠스(stance)를 보여야 한다. 
어디까지는 원칙주의에 따라 노(No) 할지,
그리고 어디서부터는 신뢰프로세스에 따라 예스(Yes) 할지,
그 선을 분명하게, 정확하게 그어야 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되거나
뒤죽박죽이 되어선 안 된다.
 
 남북관계는 대치(對峙)의 측면과 관리의 측면을 동시에 포함하기 때문에
그런 선을 100% 분명하게 긋기가 쉽지 않다고 할지 모른다.
물론 그런 점을 충분히 양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의 교활성이다.
북은 절대로 정직하지 않다.
 온건한 대남정책을 구사할 때도 속으론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후크 선장 같은 교활성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무엇을 사정할 때는 무릎까지 꿇는 시늉을 하다가,
피터 팬이 “에이, 이쯤해서 물러서 주자” 하고 돌아서면
팔딱 일어나 등 뒤에 칼을 꽂는 후크 선장의 교활성.
 
 피터 팬으로서는 그래서 이산가족상봉 등 해빙(解氷期)에 들어서서도
그것이 진짜 해빙기가 아니라 북의 전술적 변용(變容)임을 알고서 임해야 한다.
 이제 드디어 평화가 왔네, 하고 풍악 울리고 술 취하고 춤추고
 신발 끈 풀고 적장(敵將)과 러브 샷 하고
형님 동생 어쩌고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지난 세월의 해빙기 때 우리 언론, 정부, 지식인, 관료, 정치인들이
그러다가 뒤통수 맞은 게 디 한 두 번이던가?
  
 우리는 물론 북의 그런 전술적 변용에 임해서도
일정 한도 내에서는 거래를 해야 한다.
필요하면 적과도 담판하고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지,
술에 취해서는 안 된다.
 
 정부, 관료, 정치인들은 업적주의에 연연해서,
여론조사를 의식해서, 선거운동을 위해서, 자기 조직의 잇속을 위한답시고
곧잘 그렇게 선을 넘어 술에 취한 상태를 추구하곤 했다.

‘햇볕’ 사람들뿐만 아니라 보수라는 사람들까지
그런 잔치판이 벌어지면 거기 한 다리 끼지 못해 안달이었다.
 한다하는 재벌과 언론사부터가 우~ 하고 평양에 몰려가
김정일을 알현하고 인증 샷을 하는 게 마치 무슨 생존의 방책인 양 유행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북의 꽝, 핵실험이었다.
꼴 참 우습게 돼버렸다.
 
 우리 사회는 그런 지난 대북접촉의 시행착오에서
충분히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
“글쎄올시다.”다.
북은 우리의 미숙함을 기지고 놀며 너무너무 즐겼었다.
또 그렇게 일방적으로만 즐기게 할 작정인가?
우리가 무슨 카드로 임했든 북은 우리의 의중을 환히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전례를 충분히 반성하고서 대북 접촉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으로 임해야 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