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파문 현오석 부총리 망언에 [미워도 다시한번], 청문회 두려워서
  • "YS나 DJ였으면 얄짤없었을 텐데..."
    한숨이 터져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발언이 전해지자
    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공직자 모두가
    정말 국민을 위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일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런 일이 재발할 시에는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27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상 최악의 발언으로 위기에 몰린
    현오석 경제부총리을 [그래도 계속 쓰겠다]는 말이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인정보 유출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지만, 안하느니만 못했다.
    다시 한번 현오석 부총리의 [망언]을 살펴보자.
    그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경질론을 일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실수로 볼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가뜩이나 기득권 편, 갑의 정당으로 몰리는 <박근혜 정부>다. 
    여기에 지난해 청문회 당시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현오석 부총리다.
    기초연금과 관련한 복지문제에서도
    유명한 [거위 털뽑기]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도
    현오석 경제팀이었다.
    그런 현오석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렸다.
    그래도 현오석을 계속 쓰겠다는 박 대통령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 ▲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에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앉아 있다. ⓒ 뉴데일리
    ▲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에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앉아 있다. ⓒ 뉴데일리


    민심보다 무서운 청문회?


    박근혜 대통령이 현오석 부총리에게
    [미워도 다시한번]을 부른 이유에는
    [청문회]에 대한 부담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겉으로는 박 대통령이 그리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집권 2년차 [경제살리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을 내세운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큰 틀에서 <박근혜 경제팀>을 진두지휘하는
    경제 부총리의 역할을 할 사람을 교체하는 것은
    충분히 감수 가능한 타격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개인정보 유출에 국민의 책임도 있다는 말에
    들끓는 민심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현오석 경질을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후임자를 지명한 뒤 몰아칠 야당의 청문회 공세를
    막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경제 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싸움판이 벌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의 주도로 벌어지는 이 싸움판에 맞설 여당 세력도 없다.
    현오석 경질론은 여당 내부에서 먼저 나왔다.



    피한다고 될 일 아냐


    5년 전 일을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 임기 첫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론이
    여권 내부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MB노믹스]의 상징이었던 강만수 장관을 향해
    "경제가 어려운데 그 때마다 사람(장관)을 바꿀 수 없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은 최중경 재정부 1차관을 교체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임기 2년차에 접어들자 마자 2009년 1월 강만수 장관을 경질시켜야 했다.

    한번 무너진 여론은 다시 회복할 수 없었다는게
    당시 강만수 교체를 기억하는 청와대 수뇌부의 뒷얘기다.

    후임으로 등장한 윤증현 장관은
    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에 시달렸지만,
    결국 MB노믹스 2기 경제팀을 이끌어내며
    경제위기 극복에 굵직한 선을 그을 수 있었다.

    "(현오석 부총리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고 해서
    일이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현 부총리는 이미 조직을 이끌 동력을 잃었다.
    시간을 계속 주는 건
    오히려 현 부총리에게도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소극적 자세로 경제정책을 이끌었는데
    이번 일로 더 소극적으로 변할 공산이 크다. 

    경제 정책은 결코 소극적으로 대할 문제가 아니다."

       - 여권 고위 관계자


    경질된 강만수 장관이
    대통령 경제특보로 다시 복귀하고
    산업은행장으로 계속 MB노믹스의 한 축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경질 결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옐로카드? 

    대통령은 심판 아냐, 감독 역할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현오석 재신임 발언에
    <연합뉴스>는,
    [朴대통령 현오석에 옐로카드…다음엔 '레드카드']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참모에게 [옐로카드]를 주는 심판의 역할이 아니다.

    현오석 총리는 이미 국민들에게 [옐로카드]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경고]로 위축된 현오석 총리가
    경제정책이라는 시합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교체]해주는 감독의 역할을 해야 할 때다.

    현오석 부총리의 망언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으로 번지기 전에 말이다.

    집권 2년차에 청문회를 두려워 하다간 
    박근혜 경제정책 전부가 불에 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