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장애인 올림픽 광고 “선수들 괴록에 포커스”“동정심 버리고 선수들 피와 땀 느껴라” 감동 영상
  • 올림픽은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체육경기다.
    선수들은 승자가 되기 위해 길고 힘든 훈련을 견딘다.

    그리고 관중은 승자에게 주목하고 열광한다.
    관중들은 더 빨리, 더 강하게 앞서고 싶은
    자신들의 욕망을 선수의 육체에 투영한다.

    장애인 올림픽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장애인 올림픽 선수들을 ‘승리의 대리인’으로 삼기는 어렵다.
    도리어 약자인 선수들을 동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 그러니 경기를 즐기기가 어렵다.
    앞선 선수에게 갈채를 보내자니 뒤쳐진 선수에게 미안하다.
    1등을 한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에도
    아나운서는 ‘모두가 승자’라는 식의
    공자님 말씀을 되풀이한다.
    우리가 멀쩡한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못해 불편할 지경이다.

    모두가 승자라면 무엇 때문에 승자를 가린단 말인가.

    2013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
    필름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
    ‘초인을 만나라(Meet the Superhumans)’는
    장애인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을
    올바로 깨닫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광고 영상은 팔이나 다리를 잃은 육상선수와 수영선수가
    트랙을 달리고, 레인을 헤엄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남은 팔다리의 근육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강건해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진행되는 농구 경기는
    미국 프로농구 못지 않게 격렬하다.

    중반에 삽입된 전투 장면과 교통사고 장면이 암시하듯,
    이들은 사고 전에도 후에도
    그 누구 못지 않게 ‘터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장이
    ‘놀라우리만큼 예상 밖의, 그러나 놀라우리만큼 적절한’
    선곡이라고 평가한 배경음악의 제목은
    ‘네 생각보다 강해(Harder than you think)’.

    장애인 선수들은 선량하고 순박한 눈빛 대신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된 전사의 눈빛으로 관중을 쏘아보며,
    이어지는 자막은 “인간과 힘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초인(Superhumans)을 만나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 그 초인들 뒤에 제 아무리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가 숨어 있다 하더라도,
    올림픽은 체육경기다.
    체육경기의 관중이 원하는 것은
    승리할 때 분출된다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지,
    가련하고 연약한 대상을 바라볼 때 나온다는
    옥시토신(여성 호르몬의 일종)이 아니다.

    다음 장애인 올림픽 땐,
    우사인 볼트나 마이클 펠프스를 보듯
    마음 편히 환호해도 좋을 것이다.
    진정한 초인인 그들은
    동정이 아닌 갈채를 받기 위해 경기에 나선 거니까.

    이 광고는 오는 9월 27일 개막되는
    칸 라이언즈 인 서울(칸 라이언즈 수상작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