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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체육경기다.
선수들은 승자가 되기 위해 길고 힘든 훈련을 견딘다.그리고 관중은 승자에게 주목하고 열광한다.
관중들은 더 빨리, 더 강하게 앞서고 싶은
자신들의 욕망을 선수의 육체에 투영한다.장애인 올림픽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장애인 올림픽 선수들을 ‘승리의 대리인’으로 삼기는 어렵다.
도리어 약자인 선수들을 동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
그러니 경기를 즐기기가 어렵다.
앞선 선수에게 갈채를 보내자니 뒤쳐진 선수에게 미안하다.
1등을 한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에도
아나운서는 ‘모두가 승자’라는 식의
공자님 말씀을 되풀이한다.
우리가 멀쩡한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못해 불편할 지경이다.모두가 승자라면 무엇 때문에 승자를 가린단 말인가.
2013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
필름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
‘초인을 만나라(Meet the Superhumans)’는
장애인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을
올바로 깨닫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광고 영상은 팔이나 다리를 잃은 육상선수와 수영선수가
트랙을 달리고, 레인을 헤엄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남은 팔다리의 근육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강건해 보인다.
휠체어를 타고 진행되는 농구 경기는
미국 프로농구 못지 않게 격렬하다.중반에 삽입된 전투 장면과 교통사고 장면이 암시하듯,
이들은 사고 전에도 후에도
그 누구 못지 않게 ‘터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2013년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장이
‘놀라우리만큼 예상 밖의, 그러나 놀라우리만큼 적절한’
선곡이라고 평가한 배경음악의 제목은
‘네 생각보다 강해(Harder than you think)’.장애인 선수들은 선량하고 순박한 눈빛 대신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된 전사의 눈빛으로 관중을 쏘아보며,
이어지는 자막은 “인간과 힘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초인(Superhumans)을 만나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
그 초인들 뒤에 제 아무리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가 숨어 있다 하더라도,
올림픽은 체육경기다.
체육경기의 관중이 원하는 것은
승리할 때 분출된다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지,
가련하고 연약한 대상을 바라볼 때 나온다는
옥시토신(여성 호르몬의 일종)이 아니다.다음 장애인 올림픽 땐,
우사인 볼트나 마이클 펠프스를 보듯
마음 편히 환호해도 좋을 것이다.
진정한 초인인 그들은
동정이 아닌 갈채를 받기 위해 경기에 나선 거니까.이 광고는 오는 9월 27일 개막되는
칸 라이언즈 인 서울(칸 라이언즈 수상작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