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겪은 종군기자 카메라 의인화역사적 사건으로 필름카메라 향수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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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레이카3와 그의 주인은 수없이 많은 전투에 사진기자로 참가했다.
    ▲ 레이카3와 그의 주인은 수없이 많은 전투에 사진기자로 참가했다.

     

    한 필름카메라가 있었다.
    ‘라이카3’였던 그 카메라의 주인은 위대한 종군기자였다.
    그의 주인은 늘 ‘라이카3’를 가지고 최전방으로 나갔다.
    그가 보는 모든 것을 ‘라이카3’도 함께 보았다.

    1954년, 다시는 전장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그는 프랑스와 독립전쟁을 치르던 베트남으로 향했다.
    고지 위로 진격하는 프랑스 군인들 사이에 껴서 그도 함께 내달렸고,
    어느 순간 발 아래서 들린 ‘딸깍’하는 지뢰 소리에
    그와 ‘라이카3’ 카메라는 죽음을 맞았다.
    그리곤 수십 년 동안 머물 곳이 없어 구천을 떠돌던 ‘라이카3’가
    마침내 환생할 곳을 찾았다.
    ‘M모노크롬’이라는 흑백 디지털카메라가 바로 그의 새로운 육신이다.

  • ▲ 이 광고 필름은 철저히 카메라의 시각에서 촬영됐다. 탁자 위에 카메라를 둔 채 군인들과 망중한을 보내는 사진가의 모습.
    ▲ 이 광고 필름은 철저히 카메라의 시각에서 촬영됐다. 탁자 위에 카메라를 둔 채 군인들과 망중한을 보내는 사진가의 모습.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진공관 앰프가 트랜지스터 앰프에 밀리기 시작했을 때도,
    컴팩트디스크 판매량이 비닐레코드를 앞서가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날로그 기기를 버리고 디지털 기기로 바꾸는 사람들 중엔,
    아름답지만 천박한 첩과 살기 위해 현숙한 조강지처를 버리는 듯
    묘한 자책감을 느끼는 이마저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기술의 변화만큼 빨리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었다.
    절대 조강지처를 버리지 않을 것 같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변심했고,
    이제 극소수를 빼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다.

  • ▲ 사진가는 끝없는 전쟁에 지쳐 집으로 돌아간다.
    ▲ 사진가는 끝없는 전쟁에 지쳐 집으로 돌아간다.


    ‘조강지처 버리고 후회하지 않는 남자 없다’는 건,
    조강지처가 신사임당 같은 여자였기 때문이 아니다.
    같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과 헤어진 후 함께 해온 세월을 그리워하듯,
    많은 사람들이 필름카메라, 아니 필름카메라와 함께 했던 세월에 향수를 느낀다.

    흑백 전용 디지털카메라인 ‘M모노크롬(M-Monochrome)’은
    바로 그런 그리움을 겨냥한 상품이다.
    포토샵과 같은 그림처리 소프트웨어가 널리 쓰이는 마당에,
    굳이 흑백 전용 카메라가 따로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 ▲ 그러던 어느날 또 다시 종군 권유를 받은 사진가.
    ▲ 그러던 어느날 또 다시 종군 권유를 받은 사진가.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와 공감(共感)을 하고 싶어한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내 사진을 ‘공유’하고,
    남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건 공감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그래도 나와 동시에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건,
    다시 말해 내 시각을 나와 정확히 공유할 수 있는 건 내 카메라밖에 없다.
    완벽한 ‘소울 메이트(soul mate)’가 될 수 있는 궁극적 요건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광고 캠페인은,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인도의 독립운동 같은 격동의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보낸 ‘라이카3’의 영혼이 ‘M모노크롬’에게 들어섰다고 말한다.
    디지털카메라에 영혼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라이카3’의 영혼이 담긴 ‘M모노크롬’을 구입해서
    새로운 소울 메이트를 얻으라고 권한다.
    디지털카메라 값에 소울 메이트를 얻으라?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자 성공적인 광고 메시지이다.

  • ▲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으로 떠난다.
    ▲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으로 떠난다.
     
  • ▲ 고지를 향해 진격하는 군인들과 함께 사진가도 달리고….
    ▲ 고지를 향해 진격하는 군인들과 함께 사진가도 달리고….
     
  • ▲ M모노크롬과 레이카3를 함께 보여준 인쇄 광고의 일부. “모든 카메라는 죽는다, 환생하는 건 몇 대 되지 않는다.”
    ▲ M모노크롬과 레이카3를 함께 보여준 인쇄 광고의 일부. “모든 카메라는 죽는다, 환생하는 건 몇 대 되지 않는다.”

     

    필름과 인쇄로 진행된 이 광고 캠페인은
    올해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필름 크래프트 부문 금상을 비롯해 총 8개의 상을 받았다.
    브라질의 사치&사치(Saatch&Saatchi) 상파울로가 대행사.

    오는 9월 27일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개막하고
    10월6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체인에서 상영하는
    ‘칸 라이언즈 인 서울(칸 라이언즈 수상작 페스티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