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 병사'와 '노라리 병사'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최근 한국의 일부 연예 병사가 위문 공연을 한 후 술을 마시고 유흥가에 출입 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가끔 불거져 나오는 연예 병사의 부실한 관리 실태와 과도한 특혜 논란 때문이다. 방송 직후 국민의 약 75%는 연예 병사 제도를 폐지하라는 설문조사가 나올 정도다.

     한국에 연예 병사가 있다면 북한에는 ‘노라리 병사’가 있다. 출신성분이 뛰어나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가 군대에 갈 때 부대에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는 대신 단체생활에서 빠지고 집으로 돌아가 건들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병사를 말한다. 가짜 군인을 뜻한다고 해서 "8.3 군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탈북자 최 은진(가명)씨는 “동네 오빠가 군대에 가서 얼마 후 다시 집에 와서 쉬고 있더라. 알고 보니 자동차 기름과 쌀 등을 부대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집으로 돌아온 것. 부대 생활이 너무나 힘들고 배고프다 보니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자식을 고생시키지 않기 이런 일이 흔하다”고 증언했다.

     선군정치라는 말이 무색하게 북한의 군대는 국가로부터 배급을 충분히 받지 못해 군 복무 중 영양실조 환자들이 많다. 조기 제대를 하는 군인도 생길 정도다. 탈북자 이 진호(가명)씨는 “제대를 앞둔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사진을 보내왔는데 너무나 마른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더라. 복무하는 동안 빚을 져서라도 아들을 집으로 빼내지 못한 것이 한이 맺혔다”고 증언했다.

     이렇듯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북한의 부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식을 부대로부터 빼내려고 한다.

     “군의관에게 돈을 주고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집에 돌아와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군인도 있다. 부대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탈북군인 출신 이 진영(가명)씨는 밝혔다.

     북한의 군인은 봄철에는 농촌동원이라는 명목으로 벼 심기를 강요당한다. 평소에도 건설이니 전투에 동원되어 심한 육체적 노동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 모든 '노동군대' 부류는 돈 없고 연줄 없는 집안의 자녀들이 군복무를 하는 곳이다.

     북한에서 가장 힘없는 집안의 자녀가 가는 곳이 바로 ‘청년돌격대’다. 돈도 없고 연줄도 없다 보니 군 복무를 대신하여 공사현장에 가서 몸으로 때우는 것이다. 건설 부대에서 아파트, 터널 같은 위험한 공사만 10년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군인들은 이러한 특혜논란에 대해 익숙한 듯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미 학생시절부터 농촌동원이나 각종 행사동원에 빠지기 위해 물건을 제공하는 동료의 관행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힘든 부대에서 복무하는 북한의 군인은 아버지가 없거나 형제가 많아서 집안을 돕기 위해 한 명의 입이라도 덜고자 스스로 ‘청년돌격대’로 자원입대하는 것이다. 이번 뉴스를 통해 한국의 ‘연예 병사’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는 한 탈북자는 처음에 “연애하는 병사인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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