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언론사찰

    '스티븐 김 사건' 때 더 심해"

    WP 보도…국무부 출입기록ㆍ전화통화ㆍ이메일 등 추적
    'AP통신 통화기록 압수' 논란, 재판 영향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연방검찰의 AP통신 전화통화 기록 압수 논란이 확산하면서 한국계 스티븐 김(46ㆍ한국명 김진우) 간첩법 기소 사건이 새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연방수사국(FBI) 등이 일선 기자의 전화통화, 이메일 등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립핵연구소 소속으로 국무부에서 검증ㆍ준수ㆍ이행 정보 총괄 선임보좌관으로 일하던 스티븐 김은 지난 2009년 국무부 공보담당자의 알선으로 폭스뉴스 기자와 접촉했고, 이후 폭스뉴스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기밀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법무부는 2009년 북한 기밀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하면서 스티븐 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은 제임스 로젠 폭스뉴스 기자의 행적을 샅샅이 추적했다.

    로젠 기자가 보안카드를 이용해 워싱턴DC 국무부 본청을 출입한 시간대별 기록을 비롯해 스티븐 김과의 전화통화 시간, 개인 이메일 내역까지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FBI가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입수한 자료에는 폭스뉴스가 문제의 보도를 한 2009년 6월 11일 스티븐 김과 로젠 기자가 거의 같은 시간대에 국무부에 출입한 기록도 포함됐다.

    FBI는 또 스티븐 김의 사무실 컴퓨터와 전화 기록, 로젠 기자의 개인 이메일 내역까지 모두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찰스 토빈 변호사는 "이런 종류의 수색영장은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AP통신 통화기록 압수 사건과 스티븐 김 사건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로널드 메이첸 연방검사 측은 검찰이 연방규정을 완전히 준수하면서 수사를 벌였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법무부가 2009년 북한기밀 유출 사건을 조사할 때 수사관들은 기자의 전화통화 기록만 압수한 게 아니었다"면서 언론인에 대한 수사 관행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스티븐 김 사건이 최근 AP통신 통화기록 압수 논란과 아주 유사한 사례라고 지적, 최근 논란이 스티븐 김 사건 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폭스뉴스도 이날 워싱턴포스트 등을 인용해, 수사당국이 로젠 기자의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김은 2009년 3월 국무부의 공보담당자로부터 폭스뉴스 기자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로젠 기자를 만났으며, 이후 두 사람은 직접 만나거나 이메일, 전화통화를 통해 연락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해 6월 11일 폭스뉴스가 북한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단독 보도한 뒤 연방 검찰은 스티븐 김을 정보 유출자로 지목해 최고 15년형을 받을 수 있는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이르면 내년에 정식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김 사건은 기밀유출을 처벌하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강경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으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잉대응이라는 비판론이 일면서 논란이 됐다.

    이 사건에 정통한 워싱턴DC의 한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상적인 공판 관행과는 달리 정부기관이 기소 단계에서도 피고인 측에 관련 문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법정싸움이 장기화하면서 피고인이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