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노원병 야권 텃밭? "노력한 사람만 당선""박근혜 찍었어도, 새누리 표 안준다" 인물론 강해 안철수 적극적 지지세력 뚜렷…"우리집 5표는 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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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4.24 재보선에서 노원병에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교수의 자택 인근.  ⓒ 뉴데일리
    ▲ 4.24 재보선에서 노원병에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교수의 자택 인근. ⓒ 뉴데일리

     

    또 ‘선거의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일 년에 한 번 뿐이지만, ‘선거의 계절’은 일 년에 몇 번씩 찾아온다. 

    1년 사이 국회의원 선거 2번, 대통령 선거를 1번 치르게 된 국민들은 피로하다.
    반대로 정치권은 과열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미니대선’ 수식어까지 붙으며 정치권의 눈과 귀가 온통 4.24 노원병 재보선에 쏠렸다.

    지난 13일 <뉴데일리>가 만난 서울 노원병 지역 주민 대부분은 선거 ‘피로감’을 호소했다.
    ‘재(再)’ 선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앞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공천을 준 정당과 후보자리를 양보한 정당에는 ‘냉대’까지 묻어났다.

    안철수 예비후보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 유권자도 상당했다.
    그러나 대부분 정책, 정치력 등 근거를 대지 않고 막연한 ‘기대감’을 보인데 그쳤다.


    ◈ 박근혜는 찍어도 새누리는 안찍는다?

     

    "지난 대선 때 누구 찍었는지, 물어서 뭐해. 알면서…."


    4호선 노원역 인근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지난 대선 때 찍은 후보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박근혜 대통령은 50대의 몰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 여성은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대답을 내놨다.

    "아직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새누리당 노원병 당협위원장) 허준영씨가 선거 끝나고도 열심히 했다곤 하는데 일단 정책으로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근방에서 약국을 하고 있는 60대 남성도 "누구를 뽑을 지 모르겠다. 공약도 보고, 인물도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남성은 "지난 총선 때는 투표 안했다. 투표를 해서 뭐하나 싶다. 뭐 나아지는 게 있다면야 모르겠지만 겪어보질 못해서…"라고 했다.
    그는 대선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재보선은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치권은 투표하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또 투표냐, 안철수 할아비가 나와도 안찍는다"

     

    그에게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에 호감을 갖지 않는 이유를 묻자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아니었어도 국민들이 많이 지지했을 것"이라며 '인물론'을 강조했다.

     

  • ▲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들 상당수가 4.24 노원병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유세 중인 박근혜 대통령 후보. ⓒ 뉴데일리
    ▲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들 상당수가 4.24 노원병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유세 중인 박근혜 대통령 후보. ⓒ 뉴데일리

     

     

    지난 총선에서 노회찬 의원을 찍었다는 한 70대 여성은 "안철수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표를 줬다고 했다.

    상계4동에서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투표를 꼭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에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누가 나오는지 아느냐'고 묻자, "기자님은 아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줄곧 정당으로 대표되던 '묻지마 투표'가 사라지고 인물과 정책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동시에 계속된 선거로 누적된 피로감도 감지됐다.

     

    ◈  고맙다! 안철수? 아이돌 인기는 여전 

     

    노원병 지역구는 상계 6,7동을 제외한 전 상계동이 해당된다.
    이 지역에서 <뉴데일리>가 만난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안철수 전 교수의 출마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안 교수가 최근 이사한 상계동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에게서는 아이돌그룹을 보고 열광하는 '소녀팬'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다.

    안 교수의 아파트 경비원은 "주변에서 싸인 받아 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소문이 많이 나서 학생들도 수업 끝나면 아파트 앞에 와서 기다릴 때도 있다"고 했다.

    3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여성은 "우리집 5표는 전부 안철수"라고 말했다.

     

    "이 근처로 이사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궐선거에 다른 후보들이 누가 나올 지 몰라도 안 후보를 찍을거다.
    개인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우리 아이들도 안철수를 지지한다."


    안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좋아서"라고 답했다.
    "좋다, 부드럽고 기존 정치인들하곤 좀 다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안 교수의 지난 대선 출마 당시 공약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확신에 찬 어투로 "잘 살펴보진 않았지만 기성정치권하곤 달랐을 것"이라 했다.

     

  • ▲ 지난 12일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며 귀국한 안철수 전 교수.  ⓒ 뉴데일리
    ▲ 지난 12일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며 귀국한 안철수 전 교수. ⓒ 뉴데일리

     

    재보선의 투표율도 관심사다.

    휴일로 지정,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총·대선에 비해 평일에 일부 지역에 한해 치러지는 재보선의 투표율은 50%를 밑돌기 마련.
    특히 안 교수의 지지층으로 꼽히는 20~40대는 직장인이 많아 지지가 투표로 이어지기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인으로 보이는 20대 남녀는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했지만, 투표에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보선이잖아요.
    쉬는 날도 아니고….
    아마 시간이 되면 가서 투표는 할 것 같은데, 선거는 그날 가봐야 알 것 같아요."


    한 20대 여성은 "안 후보가 출마한다는 소식을 TV로 봤다. 꼭 안철수를 찍겠다고 생각을 굳힌 것은 아니지만, 현재 여기 나온 후보 중 아는 사람은 안철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안 전 교수를 지지한다고 밝힌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지지 이유로 정책, 정치력 등 확실한 근거를 대지 않았다.
    새 인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녹아있는 듯 했다. 

     

    ◈ "대기업 안철수, 중소기업 진보당 등꼴 빼먹는 것"

     

    "안철수씨가 왜 노원병을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노회찬씨가 2번이나 당선된 야당의 텃밭이다.
    (지명도로 치면) 대기업인 안철수씨가, 중소기업인 진보당 등골을 빼 먹는 것 아니냐."


    7호선 수락산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안 전 교수가, 재보선이 열리는 부산 영도 등 다른 지역을 두고 유독 야권세가 강한 이 지역을 택한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안철수가 말하는 새 정치가 뭔지 모르겠다. 진짜 낮은 자세로 정치를 하겠다면 어려운 곳에서 출발해야 진정성이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안 전 교수는 지난 12일 현충원을 방문, 방명록에 "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일반 시민' 신분의 그가 현충원 의장대의 의전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관리실 직원은 "안철수가 노원에 아무리 나와봤자 집값만 떨어질 것"이라고 냉소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선 출마까지 선언했던 안철수가 와서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기자들도 많이 오고….
    안철수가 지역 현안이나 제대로 알고 있겠느냐.
    공갈만 치고 표만 얻고 도망갈 거다."


    30대 한 남성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가 생판 모르는 지역에 와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한마디로 정치꾼 아니냐. 상계동 지역 주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50대 여성은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인들은 표만 받으면 끝이다.
    '정치공학'이라고 하는데,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서민들은 더욱 피폐해진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당선만 보고 와서 서민들은 안챙긴다.
    세금을 좀먹는 좀비들이다."


    수락산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여기는 야당지역이다. 여당은 결코 40%를 얻지 못했다. 근데 지금 선거가 왜 또 치러지는가,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노회찬 후보로 몰아주는 바람에 떨어질 사람을 당선시킨 것 아닌가. 여기에 대해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여성은 "민주당이 이번에도 후보를 또 몰아준다면 정당으로 존립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 ▲ 15일 서울 노원병 일대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왼쪽부터) 진보정의당 김지선,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  ⓒ 연합뉴스
    ▲ 15일 서울 노원병 일대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왼쪽부터) 진보정의당 김지선,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 ⓒ 연합뉴스

    지난 20년 간 노원지역 청년회를 이끌었던 JC특우회 어길선 회장은 <뉴데일리> 기자에게 안철수 전 교수가 노원병을 야권성향으로 '오판'했다고 했다.

     

    "정치권이 노원병 지역을 야권성향으로 일축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
    홍정욱, 노회찬이 당선된 것은 인물이 지역에서 보여준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상계동에는 젊은층 유권자가 상당히 많다. 서울지역에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많기에 40대 이하의 거주자들이 많다. 이들이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역에서 보여준 게 없는 안철수가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 5파전? 계산기 두드리는 정당들

     

    선거를 40여일 앞둔 16일까지 이 지역 후보군은 여전히 모호하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전략공천을 논의 중이다.
    허준영 노원병 당협위원장,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1:1로는 밀린다는 계산이다.
    안 전 교수가 당선되더라도 그 의미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은 재보선에 대한 ‘책임’은 깨끗이 잊은 듯 양보론이 또 앞선다.
    대선 패배로 주저앉은 당이 안 전 교수의 당선으로 ‘야권분열’로 이어지길 두려워하는 모양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를 지지,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노회찬 의원을 잃은 진보정의당은 그의 부인인 김지선씨를 내보내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이 지역에 직접 출마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꼭 내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러니한 점은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가 이번에도 완주를 외치고 있지만, 또 군불만 떼다 ‘양보’하며 물러설지 모른다는 '전문가적 관점'이 '노원병' 현장에도 그대로 존재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