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 시대의 한국안보

    다음 번 대한민국 정부가 귀감으로 삼아야할
    G-2 시대 국가 안보정책의 원칙은?


    이춘근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 ▲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미 여러해 전부터 미국과 중국을 G-2 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며칠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과 중국의 시진핑 부주석이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실권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G-2 시대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미국 대통령들의 행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인 2기 임기를 수행하는 대통령들은 1기 임기보다 보다 더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수행했다는 사실과 이미 세계 2위의 지위를 굳힌 중국에 새로운 지도력이 들어섰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미중 관계가 보다 더 동태적으로 전개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이미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 중국에 대한 견제 정책을 보다 노골화 한 오바마 행정부는 2기 임기 시작 후 최초의 해외 방문 지역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선택, 미국의 대외 정책 중 가장 중요한 이슈가 대중 정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21세기 세계정치를 규정할 핵심축이 될 것이며, 미중관계의 축선 위에 놓여 있는 한반도는 미중관계의 진행방향 여부에 따라 안보 및 경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미 대중 정책은 편리한 용어로 규정 될 수 있었다. “미국은 동맹”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라는 우리나라의 대중 대미 전략이 큰 무리 없이 지속 될 수 있는 미중관계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동맹,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라는 우리의 입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협력적, 우호적인 관계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미국과는 안보 협력, 중국과는 경제협력이라는 ‘꿩 도 먹고 알도 먹는’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좋았던 국제 상황이 급속히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점차 ‘경쟁’ ‘대결’로 빠져 들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급성장한 국력을 배경으로, 지난 100년 동안 당한 모욕을 되갚아 줄 기세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지속중인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중국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행동은 ‘국제정치 현상에 대단히 분노하고 있는 극도로 불만스런 강대국’의 모습 그대로 였다. 중국은 일제 자동차를 불 지르고 일본 상점의 유리를 부수었으며,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경기에 일본국적자는 참석을 원천 봉쇄하였다.

  • ▲ 중국은 구 소련이 건조하다 중단한 바랴그호를 고철값으로 인수,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재건조해 진수시켰다. 공격적 외교-군사정책의 상징이다.
    ▲ 중국은 구 소련이 건조하다 중단한 바랴그호를 고철값으로 인수,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재건조해 진수시켰다. 공격적 외교-군사정책의 상징이다.

    일본과는 물론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모든 나라들과 영토분쟁을 벌일 정도로 공격적이 되고 있으며, 물러나는 후진타오는 퇴임연설에서 ‘국격에 맞는 군사력을 건설해야 한다’ 고 역설했다. 중국은 2006년부터 이어도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구려를 중국의 일부로 본다는 것은, 결국 북한을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이제 곧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터인데 새 정부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 핵문제와 더불어 미중관계의 진행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이냐의 여부다.

    미국과 중국관계가 냉전 시대의 미소 관계처럼 된다면, 그 때 우리는 대단히 어려운 전략적 선택(strategic choice) 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의 판단 기준은 ‘안보’가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원칙이다.
    현 한국 정부는 대미 대중외교에서 이 같은 원칙에 충실했다.

    중국,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까지 북한을 감싸 주고 있는 것이며, 미국은 적극적으로 한국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 번 대한민국 정부가 귀감으로 삼아야할 G-2 시대 국가 안보정책의 원칙이다.


    <이글은 2012년 11월 13일 국민일보에 게재 되었던 시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