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청와대 중립 보도 요청을 언론 압박으로 호도담당기자들 당일 오전 윤곽파악, 석간 신문 어떻게 보도했나?참여정부 건설사 불법사찰에 공직자 미행까지…이게 감찰?
  • ‘불법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좌파 언론이 또다시 ‘꼼수’를 부리고 있다.

    13일 발표된 검찰 수사를 청와대가 미리 보고 받고 이를 뒤에서 조종했다는 '음모론'이다. 특히 지난 정부의 혐의 내용은 배제하고 현 정부의 불법 사찰만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기사 방향과 이를 ‘균형있게’ 보도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물타기’로 호도하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14일 1면 톱기사로 ‘청와대, 검찰 민간인 사찰 수사 발표 전 일부 언론에 전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청와대가 일부 언론들에게 “盧 정부 사찰 사례도 다뤄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부의 직권남용 사례가 발표될 것, 이를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례와)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줄 수 있겠느냐.”

    이 신문은 이날 오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복수의 언론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청와대가 검찰 수사 결과를 미리 보고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를 통해 언론보도의 내용을 현 정부와 지난 정부 모두 '불법 사찰'을 했다는 식으로 조종하는 '물타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 ▲ 경향신문이 14일자 조간으로 보도한 불법사찰에 관련한 보도. 이 신문은 기사를 통해 청와대가 언론에 대한 압박을 가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 캡쳐화면
    ▲ 경향신문이 14일자 조간으로 보도한 불법사찰에 관련한 보도. 이 신문은 기사를 통해 청와대가 언론에 대한 압박을 가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 캡쳐화면

    그러나 취재 결과 문제의 본질은 달랐다.

    우선 청와대가 검찰 수사 결과를 미리 보고 받았다는 의혹.

    이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오후 2시. 수사결과 내용이 배포된 시점은 오후 1시다. 오전에 청와대가 이에 대한 전화를 돌렸다는 점은 미리 수사결과를 보고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향신문>은 해석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담당 기자들은 이날 발표될 수사결과의 기본 골격은 오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일례로 정오께 배포되는 석간신문인 <문화일보>나 <내일신문> 등이 수사결과에 대한 기사를 실은 것이 그 반증이다.

    청와대 역시 지난 4월 최금락 홍보수석이 "KBS 새노조가 밝힌 2,600여건의 사찰 문건 중 80%가 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검찰 수사에서 이에 대한 내용이 밝혀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로 청와대 언론 담당자가 일부 매체에 전화를 걸어 “지난 정부의 불법 사찰 혐의와 현 정부의 혐의를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달라”고 요청했다는 점.

    이는 일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매체는 이를 ‘노무현 정권에 대한 혐의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뤄달라’로 말을 바꿔 보도했다. 중립적 보도를 요청한 것을 언론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한 셈이다.

    하지만 해당 매체의 보도 내용에도 나와 있듯 이는 말 그대로 ‘균형 있게’ 보도해 달라는 요청으로 ‘불법사찰이 모두 현 정부의 치부인 것처럼 보도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참여정부 시절에도 민간인과 정치인에 대한 동향보고가 있었음을 밝혔지만, 대부분 언론 매체들은 ‘노무현 정부’의 불법 사찰 혐의는 모른 체했다.

    기사 참조 = <‘몸통’ 드러났다! 불법 사찰왕 알고 보니…>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15239

    13일 하루 동안 수백 건의 불법 사찰 관련 보도가 쏟아졌지만, 참여 정부 당시의 의혹에 대해 거론한 기사는 위 기사가  유일했다.

    청와대 측이 일부 매체에 이 같은 ‘요청’을 한 것도 그동안 이 같은 현상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 13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팀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3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팀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들 매체의 참여 정부 당시 이뤄진 ‘사찰'을 '감찰’이라는 명분으로 감싸는 듯한 태도다. <경향신문>은 보도 기사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검찰이 발표한 참여정부 시절 직권남용 사례 중 상당수는 공직자를 감찰하는 통상적인 활동 범위 안에 들어가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는 행위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참여정부 당시 사찰은 상식적으로 ‘감찰’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민간건설사 법규 위반을 조사하기 위해 업체 관련자들에게 통장 사본을 제출하라고 하는가 하면, 공직자의 부적절한 사생활을 캐기 위해 미행한 정황도 담겨 있다.

    다음은 문건에 기재된 참여 정부 당시 이뤄진 사찰 정황이다. 모두 당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 작성해 청와대로 바로 ‘비선 보고’한 문건들이다.

    # 1

    2003년-2004년 주요 민간건설사 33곳에 관련한 사찰

    - 당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는 건설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대형 건설사 D사와 S사 등에 대한 사찰을 진행하면서 업체 관계자로부터 대금이 입금된 예금 통장의 사본을 제출받고 증언을 증빙하는 확인서를 받아냈다.

    # 2

    2005년에는 K 아산시장에 대해 입수한 비위 첩보를 캐기 위해 이와 관련된 술집과 식당의 사장에게 확인 서류를 받아냈다.

    # 3

    2006년-2007년 사이에도 비위 혐의가 의심되는 공무원을 감찰하면서 뇌물을 준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을 총리실에서 직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들의 금융기관 내역(계좌)를 직접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 4

    2007년 1월에는 교과부 산하 K 재단 소속 김모 씨의 부적절한 개인 사생활의 뒤를 캤다. 당시 조사를 담당한 사람이 5일간 김 씨를 미행했다고 나온다.

    # 5

    2007년 5월에도 비위 의혹을 받던 경찰관 오 모 씨를 무려 2개월간 미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 6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주요 경제계 인사들에 대한 동향 파악은 DJ 정권에도 있었다.

    2000년에서 2007년 사이 당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 작성해 청와대로 바로 ‘비선 보고’한 문건들에는 윤 모 한나라당 의원과 김 모 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 17명의 동향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A 일간지 소속 박 모 기자와 강 모 기자에 대한 이야기와 서울 소재 B 은행장에 관련한 내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