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거부하는 것이 그렇게도 가치있는 일인가"1월 창당행사 때 '애국가' 문제로 당권파와 '갈등'
  • ▲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에서 유시민 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에서 유시민 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왜 애국가를 안부르느냐'고 하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왜 우리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하느냐. 이런 토론을 하는 것이 왜 금기시되어 있는가."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는 10일 "(지난 총선) 평가서 작성과정에서 제대로 문제제기를 못했지만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통진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유 대표는 지난 총선 결과를 평가하면서 당내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유 대표는 "12일 중앙위가 끝나면 사퇴를 권고받아 이런 의사를 드릴 다른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당 대표로서의 활동이 임박한 한 사람으로서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5개월간 공동대표로 있었고 선대위원장으로도 있었다. 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애국가를 틀고 싶었지만 그렇게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애국가 1절을 틀어놓고 거기에 뜻을 새길만한 영상을 넣어서 할 순 없는가. 이를 거부하는 것이 그렇게도 가치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싫어할 수도 있겠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모든 곳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불만을 갖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이 이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우리 당이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지지해줄 가능성이 있는 국민들과 심리적 이념적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당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후에 당 지도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좀더 과감히 검토해서 우리 스스로 국민들과의 관계에서 벽을 쌓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좌파정당의 '애국가' 금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좌파정당은 당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부르는 국민의례를 생략해 왔다. '운동권'의 애국가를 대신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중의례로 대체해왔다.

    독재정권의 정통성에 반기를 들고 국가주의적 색채를 띤다는데 대한 반감이었다.

    유시민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참여당과 합당과정에서도 '애국가'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0년 1월 창당이후 12년 간 민중의례를 고집해왔으나 국민참여당은 국민의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절충안으로 나온 게 '약식' 국민의례였다. 통진당은 지난 1월 창당 행사에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그러나 애국가 합창은 빠졌다.

    이날도 유 대표의 문제제기는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됐다. 한 참석자가 "개인 의견인 것 같은데 논의 대상은 아니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바로 다른 안건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경선에 대한 해법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도 '분당(分黨)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 때문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관점이 크게 다른 이들이 한 울타리에서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총선·대선이라는 메가톤급 이벤트를 앞두고 진보라는 테두리에 집착해 암암리에 관행적으로 진행된 '치부'까지 드러내면서 되레 제 살을 깎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비당권파'는 민주화 이후, 좌파정당의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당권파'의 뜻은 여전히 굳건하다. 비당권파인 천호선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불편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관행은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