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홀로 진두지취…공로와 책임 떠안아승패 기준, 121석 VS. 野 과반 저지
  • 이름을 걸었다. 이번 총선에 자신을 내던졌다. 대선을 불과 8개월 앞둔 시점이다.

    “책임지겠다” “신뢰와 약속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절실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지만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적어도 ‘패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보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은 4.11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새누리당 후보에 투표하신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신뢰와 약속의 정치를 실현하겠다. 이 약속, 박근혜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진두지휘한 만큼 승패에 따른 공로와 책임을 모두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그는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대권가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선거이다. 

    ◆ 朴, ‘양당연대’ 과반석 저지 가능할까

    박 위원장은 선거운동기간 줄곧 ‘두당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가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호소해 왔다. 한미FTA 추진에서 폐기로 당론을 정한 ‘말바꾸기’ 행태부터 시작해 주한미군 철수, 제주해군기지 재검토 등을 거론하며 야권을 비판했다.

    “두 야당이 다수당이 되려고 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행복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야당은 자신들이 국익이라면서 추진했던 한미FTA를 폐기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 바꾸기로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제적 고립상태가 되고 경쟁국들만 좋아할 것입니다.”

    이날은 선거를 목전의 둔만큼 비판의 강도가 세졌다. 그는 ‘두당연대’가 다수당이 되면 “국회는 이념의 전쟁터, 정치의 싸움터가 되고 혼란과 분열, 막말 공방 속에서 국민의 삶과 행복은 실종될 것”이라고 했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막말 논란에 휘말린 민주통합당의 김용민(노원갑), 이해찬(세종시) 후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에게 거대 야당의 위험한 폭주를 제거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의 이러한 외침은 두당연대의 과반 의석 저지라는 새누리당의 목표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감은 좀 떨어진다. 이를 위해서 새누리당은 140석 이상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140석은 국민들에게 간청하는 숫자일 뿐이다. 우리는 ‘두당연대’를 과반수로 만들어 주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 대선주자 박근혜 승패 기준은 121석

    그렇다면 대권주자 박근혜의 ‘승패’는 어디서 갈릴까. 당내에서는 그 기준으로 ‘121석’을 꼽는다. 지난 2004년 총선 때 탄핵정국 속에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당 대표로서 선거 전반을 이끌었다. 

    친박(친박근혜) 내부에서는 지난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을 때 ‘디도스 파문’ ‘부산저축은행사태’ 등으로 2004년 탄핵 때와 상황이 비슷했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확보에 실패하더라도 ‘121석’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성공이라는 평가다. 친박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130석만 넘어도 성공이다. 121석 밑으로 떨어진다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21석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박 위원장은 여권내 비박(비박근혜) 주자들인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의 거센 도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의석수와 무관하게 원내 1당만 확보한다면 선전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여권 유력 대권주자의 위상을 굳히게 된다. 또 1당을 못하더라도 민주당과 의석 차이가 적다면 비박계에서 박 위원장을 공격할 명분이 별로 없어 진다.

    ◆ 박근혜, 4년 뒤 미래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서 “새누리당에 투표하신 것을 1, 2년 후에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고 3, 4년 후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미래’를 이야기 했다. 국회의원의 임기인 4년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쇄신과 변화를 통해 ‘자랑스러운’ 새누리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공교롭게도 그는 4월 총선을 끝으로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공식적인 ‘직함’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대신 상황은 대선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돼 ‘121석’ 이상을 건질 경우, 박 위원장의 영향력은 계속된다.

    여기에다가 박 위원장이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19대 국회의원들과 함께 정국을 이끌게 된다. 박 위원장이 유세장에서 '저와 함께' '제 동지인'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가 ‘미래’를 거론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총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권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바쁘시더라도 꼭 투표장에 나가셔서 미래를 선택해주십시오. 저와 새누리당 새로운 정치로 여러분께 반드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