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야권 연대가 최우선” 강조, 통합진보당 달래기공천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 당내 반발 기류도 분출
  • 4·11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에 잡음이 일어나는 가운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통합진보당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야권연대 협상 속에 당내에서도 반발이 일어나면서 한 대표가 곤궁에 빠진 모양새다.

    한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천심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협상이 타결되면 그 결과를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의 공천 결과가 어떻게 되던지 통합진보당과 합의된 요구 조건을 먼저 들어주겠다는 배려이자 의지다.

    한 대표는 “야권연대는 국민의 명령이고 승리의 열쇠”라고 했다. “야권이 연대해 하나가 돼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국민적 상식과 명령을 받들지 못하면 국민의 뜻마저 흩어질 것”이라고 위기의식이 밑바탕에 깔린 발언을 덧붙였다.

    “우리는 더 높은 사명감으로 야권 연대에 임할 것이며, 그동안 야권 연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야권 연대의 결실을 거둬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 ▲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협상에 진통을 겪으면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안팎에서 공격받고 있다. 사진은 1.15전당대회 당시 한명숙 대표.ⓒ뉴데일리
    ▲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협상에 진통을 겪으면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안팎에서 공격받고 있다. 사진은 1.15전당대회 당시 한명숙 대표.ⓒ뉴데일리

    하지만 통합진보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의도에 의혹을 품고 있다.

    전날인 19일 양당 협상 대표단인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과 통합진보당 장원섭 사무총장은 후보 단일화를 위해 세 번째 협상을 벌였지만, 구체적 협상 방식조차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0일 독립적으로 시민경선인단 모집을 시작으로 공천 작업에 들어간 상황. 한 대표의 “민주당 공천 결과에 관계없이”라는 말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인 셈이다.

    당연히 연대를 먼저 제안한 통합진보당 측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야권연대가 되지 않으면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과반수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에 하나 민주당이 집권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2월 이후에는 또 여소야대로 국가운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또 제대로 된 약속한 개혁정책, 복지정책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 대표의 입장이다.

    한 대표의 미적지근한 대응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통합진보당과의 나눠먹기식 공천에 피해를 보는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목소리다.

    민주통합당 김희철(관악을), 이동섭(노원병), 고연호(은평을) 예비후보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골적인 지분 나눠먹기 요구로 민주주의 수호의지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했다.

    현재 통합진보당은 야권 연대의 조건으로 8:2 가량의 공천권과 비례대표 선출에서 독일식정당명부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의 이런 요구를 수용한다면 우리가 그간 지켜온 민주주의 수호 의지는 짓밟히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더울 커질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은 구태정치세력으로 낙인찍히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야권 전체의 패배는 물론 정권교체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공천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불만은 늘 있어왔던 일이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대한 불만을 줄이고 화합과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