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공방에서 슬그머니 발 뺄 눈치…통합진보당은 ‘발끈’야권연대에 ‘느긋’..아직 협상 테이블도 앉지 않아박원순 입당에 ‘갸웃’, “열매는 이미 따먹었다?”
  • 총선을 앞두고 한껏 기세가 오른 민주통합당이 일관성 없는 모습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 연대는 필수”라며 목소리를 높이다가, 최근 들어 야권 연대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싸움에서 우세한 모습을 보이고 있자 “혼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권 연대의 대상이었던 통합진보당과의 협상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 대세론의 기폭제가 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당조차도 고깝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배가 부를대로 불렀다”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쇄신과 친이·친박의 통합 성공 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감지된다.

  • ▲ 15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한 대표의 회견록에는 그동안 주장했던 한미 FTA 폐지-재협상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 연합뉴스
    ▲ 15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한 대표의 회견록에는 그동안 주장했던 한미 FTA 폐지-재협상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 연합뉴스

    ◆ 한미 FTA 공방에서 슬그머니…통합진보당과 결별?

    총선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지만,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에 아직 느긋한 모습이다.

    지난 14일 통합진보당은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대표가 만나 야권연대 협상 개시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갈무리된 말이긴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자는 최후통첩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직 공식적인 대화 창구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신경민 민주당 대변인은 “아직 당 대표간 회동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신 대변인은 “기본적인 협상 룰이 정해진 뒤에야 (양 당 대표가)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총선 후보등록까지는 불과 40여일이 남은 상태다. 물리적으로 협상 시간은 촉박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배신’은 15일 또 한 번 발산됐다. 통합진보당이 최대 과제로 내세운 한미 FTA 폐지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권의 비리와 새누리당의 책임론만 부각했을 뿐, 최근 공방이 시작된 한미 FTA에 대한 이야기는 쏙 뺐다.

    참여정부 당시 한미 FTA를 찬성했던 인사들이 당 지도부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에서 진흙탕 싸움은 이롭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14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미 FTA 발효 중단을 위한 야당·시민사회 대표자 연석회의가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통합진보당 측은 “민주당 측 사정으로 연석회의가 연기됐다. 성사됐다면 본격적인 원내외 야권 공조의 시발점이 됐을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바쁜 민주당은 이렇다 할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 ▲ 동반입당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입당 시기도 달라졌다. 김 지사는 16일 입당을 하지만, 박 시장은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입당을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동반입당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입당 시기도 달라졌다. 김 지사는 16일 입당을 하지만, 박 시장은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입당을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김두관은 입당, 박원순은 미뤄…속내는?

    15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때 아닌 촌극이 벌어졌다. 초읽기로 알려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당 문제를 놓고 부시장과 대변인이 서로 다른 말은 하는 혼선이 빚어지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김형주 서울 정무부시장은 이날 박 시장의 민주당 입당과 관련해 “통합진보당이나 시민사회단체에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내일로 예정된 김두관 경남지사와의 동반입당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부시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 서 있던 류경기 대변인이 나서 “동반입당이 어렵다는 것은 정무부시장 개인의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공직 사회에서 하급 공무원이 기자회견 중인 상급 공무원의 말을 자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의 민주당 입당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민주당도 16일 “김두관 지사가 한 대표와 회동을 하고 입당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박 시장은 다음 주로 미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입당하는 동반입당 문제를 실무적으로 검토했었는데, 지난주 일본을 다녀온 박 시장의 일정 때문에 박 시장이 ‘함께 해주셨던 분들에게 최소한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박 시장의 민주당 입당이 박 시장 본인이나 민주당 일각에서나 꺼리는 기색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끝까지 무소속을 고수했던 박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한 뒤 민주당이 야권 연대에도 실패하고 역풍을 맞게 됐을 때 자칫 박 시장을 지지했던 시민사회가 돌아설 수도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아들 병역 비리, 아름다운재단 불법 혐의 등 최근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박 시장의 입당을 부담스러워 하는 여론도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범 야권 연대 측면에서 박 시장과의 의견 일치는 봤지만, 민주당 본연의 색깔과는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최근 불거진 의혹들의 진실 여부도 껄끄러운 부분이다. 자칫 이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민주당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 ▲ 손잡으며 웃었지만..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야권연대에 합의하며 악수를 나누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 연합뉴스
    ▲ 손잡으며 웃었지만..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야권연대에 합의하며 악수를 나누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 연합뉴스

    ◆ 배부른, 민주당 Go Alone?

    민주당의 이 같은 자신감 붙은 모습은 디도스 사태 이후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넘어서면서 부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월6일부터 10일까지 조사한 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35.8%로 새누리당 33.9%보다 1.9%p 앞서고 있다. 때문에 4.2%에 불과한 통합진보당과의 연대가 공천과정에서 양보해야할 ‘손해’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18대 총선에서 대패한 이후 야권 연대 없이는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많이 희석된 셈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생각을 반영하듯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두 달 후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민주당으로서는 꼭 연합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시간은 민주당 편이다. 단일 후보를 선출할 시간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복잡한 경선 방식보다는 간편한 여론조사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경우 당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민주당의 전략 선회에 대해 통합진보당측에서는 "'꼼수’에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협상 대표마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야권 연대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약하다는 반증이다. 과거 선거에서 민주당이 야권연대의 열매를 다 따먹었으면서 상황이 유리해졌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야권 연대의 당사자인 통합진보당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내 고위 당직자는 “총선 전망이 생각만큼 밝진 않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박빙이 예상되는데, 자칫 연대가 실패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