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시리아-북한 합작 핵시설 폭격 秘話 
      
     그 다음날 노무현은 부시에게 김정일을 향하여 終戰선언을 약속해달라고 졸랐다. 
    趙甲濟   
     
     2006년 10월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다음 날 부시 대통령은 엄중한 경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런 대목이 있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다른 국가나 단체에 移轉(이전)한다면 미국에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 그 결과에 대하여 전면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 여섯 달 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책임자인 메이어 다간 부장이 딕 체니 부통령을 방문, 사진 자료들을 책상 위에 펴놓고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시리아가 사막의 와디(乾川)에 짓고 있는 건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간은, 알키바라는 地名(지명)을 가진 곳에서 건설되고 있는 시설은 북한의 영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꼭 같은 원자로로서 핵무기용이라고 주장하였다. 지난 35년간 이런 원자로를 만든 곳은 북한뿐이므로 북한이 지어주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딕 체니는 최근 펴낸 회고록 ‘나의 시대’(In My Time. 스레시홀드 이디션즈 출판사)에서 북한-시리아의 비밀 핵 개발 계획은 1997년부터 시작되었다고 썼다. 미국 정보기관도 북한의 관련 인사들이 자주 시리아를 방문하는 것을 포착하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는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
     체니 부통령은 모사드 부장의 설명을 듣고 확신을 가졌다. 다간 부장은 한 북한인의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는 영변의 핵연료 제조 책임자인데, 시리아 원자력 위원회 위원장 옆에 서 있었다. 두 번째 사진에서 이 북한인은 북경에서 열리고 있던 6자회담에 북한 측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측의 설명이 있은 후 부시 행정부의 안보 라인에선 수개월간 논란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이 이 시설을 폭격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체니 부통령은 찬성하였다. 그는 시리아의 핵시설을 미국이 폭격하면 핵개발을 진행중인 북한과 이란에 미국의 의지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되면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압박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반대파들은 만약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군사적 공격을 하게 되면 시리아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하는 등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반론하였다.
     
     2007년 6월19일 이스라엘 수상 올메르트는 워싱턴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회담한 뒤 체니 부통령과 따로 만났다. 그는 만약 미국이 공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할 것이라고 했다. 6월 말 고위정책회의에서 체니는 다시 한 번 미국이 이 핵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부시 대통령이 “부통령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편을 들지 않았다. 부시는 이스라엘 정부에 ‘우리와 함께 외교적 방법을 쓰자’고 제의할 것을 결심하였다. 부시는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그렇게 하면 이스라엘이 어떻게 나오겠느냐”고 물었다. 라이스는 “올메르트 수상이 이 문제를 유엔에 갖고 가서 시설을 폐쇄하도록 국제적 압력을 넣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고 생각하는 듯하였다. 체니는 부시에게 “이스라엘이 군사적 공격을 할 것이다”고 말해주었다. 7월 중순 부시는 미국의 방침을 올메르트에게 통보하였다. 올메르트는 “그런 방법은 이스라엘엔 맞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운명을 유엔이나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손에 맡겨놓을 순 없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원자로에 핵연료가 장전되기 전에 때려야 합니다.”
     
     2007년 9월6일 밤 이스라엘의 F-15 전폭기 편대가 시리아로 날아가 문제의 핵시설을 폭격하여 완벽하게 파괴하였다. 이스라엘은 폭격 사실을 비밀에 붙이자고 미국에 제의하였다. 이게 알려지면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이 보복작전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침묵하니 시리아와 북한도 얻어맞고 가만히 있는 쪽을 택하였다. 시리아는 건물터를 흙으로 덮고 철제 구조물을 지어 은폐하였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기술과 시설을 테러지원국가인 시리아에 팔아넘김으로써 부시 대통령이 설정한 금지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북한에 대한 별도의 응징을 하지 않았다. 체니는 회고록에서 이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여러 번 강조하였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 의하여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기름을 얻고, 발전용 경수로도 신포에 건설중인 그 순간에 농축우라늄 방식의 원자탄 개발을 시작하고 시리아에 핵무기용 원자로를 지어주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 김정일을 향하여 한국전 終戰(종전)선언 약속을 해달라고 조르던 2007년 9월7일은 이스라엘 공군기가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한 다음 날이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미국 CIA는 한국의 국정원에도 시리아에서 북한이 원자로를 짓고 있다는 정보를 알렸다. 그럼에도 盧 대통령은 부시에게 김정일을 향하여 추파를 던져달라고 부탁한 셈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라이스 국무장관이 최근 회고록에서 노무현을 ‘변덕스러운 성격’ ‘예측불능의 행태’라고 묘사한 것이리라.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2006년 8월19일자 電文이 위키리크스에 의하여 공개되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盧 전 대통령은 그해 8월13일 자신에게 우호적인 몇 개 언론사 간부(editor)들과의 만찬 회동에서, "미국은 북한을 악랄한 존재로 여겨 문명의 규정(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을 강요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의 문제"라며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북한은 인도의 상황과 비슷한데 인도는 核 보유가 용인되고 북한은 왜 안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盧 대통령은 또 "한국의 국방력 강화는 북한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 태세를 갖추는 것"이란 견해도 피력했다고 이 電文은 보고하였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노무현씨가 대한민국의 대통령 역할에 충실하였는지 김정일의 심부름꾼 역할에 더 충실하였는지 의심할 권리가 있겠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과 만나니 긴장이 풀어져 솔직하게 심경을 밝힌 것 같기도 하다. 

    조갑제/조갑제닷컴 대표/ 뉴데일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