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과로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 ⓒapple
    ▲ 사과로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 ⓒapple

    “사과를 아침에 먹으면 금, 오후에 먹으면 은, 저녁에 먹으면 동이다.”

    사과는 먹는 시간대에 따라 영양적 가치가 틀려진다고 한다. 사과는 과일 이상의 상징으로 인류역사에 이야기 되고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사과는 시대에 따라 가치가 틀려졌다. 그 시작은 창세기로 거슬러 올라간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따먹었다는 선악과다. 그 금단의 과일은 원죄를 상징한다. 이는 ‘이브의 사과’로 불린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 한 개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줌으로써 트로이 전쟁의 시초가 되었다. 이는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파리스의 사과’다.

    근대 초기 스위스의 윌리엄 텔이 아들의 머리위 사과를 화살로 맞춰 스위스 독립운동에 불씨을 당겼다. 이는 혁명과 자유를 상징하다. ‘윌리엄 템의 사과’다.

    1966년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유추했다고 한다. 즉, 과학을 상징하는 ‘뉴턴의 사과’다.

    예술이 모방(mimesis)에 근거해 사물이 갖는 실제적인 명암이나 색채를 포기했음에도, 화폭 위에 나타나는 소재들을 완벽한 형태감으로 선보여 20세기 회화의 선구자가 된 화가 세잔. 따라서 본질 탐구의 상징은 ‘세잔의 사과’로 불린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종말의 상징은 ‘스피노자의 사과’다.

    뿐만 아니라 비록 동화속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백설공주의 미혹의 사과’도 있다.

    21세기에 우리는 또 다른 사과를 만났다. 바로 혁신과 융합의 상징 ‘스티브 잡스의 사과’다.

    얼마 전 혁신과 융합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가 '세상의 또 다른 사과'를 남기고 떠났다. 그의 사과를 '세상을 또 한번 바꾼 사과'라 해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그가 남긴 '사과'는 '이브의 사과'보다 매혹적이고, '파리스의 사과'보다 아름다우며, '윌리엄 텔의 사과'보다 혁명적이고, '뉴턴의 사과'보다 IT를 발전시켰으며, '세잔의 사과'보다 IT디자인을 혁신했다.

    앞으로 세상은 '애플의 전과 후', '아이폰 전과 후'로 구분할 것이다. 사실 진정한 정보화 혁명은 '스티브 잡스의 사과'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애도열기로 뜨거운 것은 ‘잡스의 사과'가 단순히 IT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에는 달콤한 성공과 쓰디쓴 실패가 들어있다.

    잡스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농부의 부부에게 입양되어 실리콘밸리에서 자랐다. 명문 리드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하다 비싼 학비에 부담을 느끼고 한학기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1년반 동안 학교에 머물며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을 청강했는데 이 중 시각 디자인의 한 분야인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들었다. 20살에 자신의 집 차고에서 컴퓨터 사업을 시작했고,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퇴출당하는 아픔과 실패를 극복하고 당당하고 화려하게 복귀하는 과정은 기막힌 역전의 연속이었다.

    젊은 시절 스튜어트 브랜드의 '지구백과'에서 읽은 "항상 갈구하고, 우직하라"는 삶의 지표를 잊지 않고 '창조적 천재'와 '혁신적 기업가'로 우리 앞에 우뚝 서는 클라이맥스는 숨 막히는 것이었다.

    그런 스티브 잡스도 스스로 '생명의 최고 창작'이고 가장 중요한 '변화의 매개'라고 믿었던 숙명적인 죽음은 어쩔 수 없었다. 독특한 은둔의 자세를 지켜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이별에도 역시 스티브 잡스다운 멋이 담겨 있었다.

  • ▲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설명중인 스티브 잡스ⓒapple
    ▲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설명중인 스티브 잡스ⓒapple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애플의 DNA다. 기술(Technology)인문학(Liberal Arts)을 융합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야만 가슴을 울리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에게 디지털만의 기술력은 의미가 없다. '잡스의 사과'에는 소비자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기술혁신의 새로운 철학이 담겨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창조성이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이다.

    융합을 통해 모든 기술적 복잡성을 말끔하고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디자인 속에 감춰버리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탁월한 전략이었다. 극단적인 집중과 단순성, 그리고 애플 기기간 철저한 개방·소통·공유를 보장한 것이 애플 마니아를 열광시키는 혁신의 핵심이었다.

  • ▲ 국경을 넘는 iTunesⓒapple
    ▲ 국경을 넘는 iTunesⓒapple

    극단적인 분화와 전문화로 사회와의 공감대를 잃어가고 있던 인문학과 예술이 '잡스의 사과'를 통해 다시 사회 속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인문학과 음악과 미술의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 인문학'과 '디지털 아트'가 꿈틀거리며 솟아나고 있다.

    인종과 국경의 벽도 무너지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새로운 음악시장이 등장했고, K-팝이 세계적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도 흔들리고 있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던 중동의 권위적 정권들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앞세운 재스민혁명에 힘없이 무너져버렸다. 어렵게 쟁취한 우리의 민주주의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스티브 잡스의 사과'에 의한 변화가 앞으로 우리의 삶과 문명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융합·참여·소통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융합과 혁신에 매달릴 일은 아니다. 무엇이나 섞는다고 새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혁신이 언제나 좋은 것도 아니다.

    진정한 융합과 혁신은 인문학과 과학과 기술과 예술이 나름대로의 확고한 정체성과 전통을 지켜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칫 과도한 융합과 혁신은 아무도 원치 않는 획일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제 스티브 잡스가 남기고 간 '사과'를 다양성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