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써 보니
  • 추석을 코앞에 둔 지난 9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을 찾았다. 대목때 온누리 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경우 혹시 불편한 점이 없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우선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 근처에 있는 새마을금고에 갔다. 참고로 온누리상품권은 새마을금고, 우체국, 신용협동조합, 기업은행등 9개 시중 금융회사에서 구입할수 있다.

    10만원어치 상품권을 사고싶다고 하자 창구 직원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상품권을 10만원 이상 살 때는 주민등록증같은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구직원은 누가 상품권을 구매했는지 기록에 남겨 혹시 모를 분실사고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1만원과 5천원 소액권으로 10만원어치를 구매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3000원을 현금으로 돌려줬다. 무려 3%를 할인해 준 것이다.

    광장시장에 들어서자 ‘온누리 상품권’을 홍보하는 플랜카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시장 초입에 있는 광장유통에 들러 7만원짜리 추석선물세트를 구입했다. 온누리 상품권 10만원을 내자 사장님은 흔쾌히 3만원을 현금으로 되돌려줬다.

  • ▲ 광장시장 광장유통 이병환 사장 ⓒ 오세진 기자
    ▲ 광장시장 광장유통 이병환 사장 ⓒ 오세진 기자

    광장유통 이병환(55) 사장에게 온누리 상품권이 하루에 얼마만큼 들어오는지를 묻자 “어제는 1,100만원어치 온누리 상품권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온누리 상품권은 현금과 똑같이 쓰이고 있다”며 “상품권 덕분에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온누리 상품권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통용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추석시즌을 전후해서 현금보다 상품권을 들고 장을 보러오는 손님들이 더 많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의 주머니에는 지폐와 상품권이 뒤섞여 있었다.

    최근 공공기관과 기업체 등에서 직원들에게 '보너스' 로 온누리 상품권을 나눠주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옆에 자그마한 야채 노점상을 찾았다. 상호도 없을 정도로 작은 가게다. 이곳에서 1만원 짜리 온누리 상품권으로 고구마 3천원어치를 구매했다. 노점상 주인 역시 친절하게 현금 7천원을 거슬러주었다.

    바로 앞에 생선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길게 늘어선 계산대 줄에는 온누리 상품권을 들고 있는 손님이 더 많았다. 가게 주인이 기분 좋게 상품권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근처 중구 황학동에 있는 중앙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상점에 들러 온누리 상품권을 받느냐고 묻자 거의 100%의 상인들이 “네~ 받습니다”라며 친절하게 답했다.

    상인들이 온누리 상품권을 환영하는 것이 현재 시장 분위기다. 온누리 상품권을 거부하거나 모르는 상인들은 거의 없을 정도다.

    상인들이 온누리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면 근처 새마을금고 등 제한된 은행을 찾아야한다. 이에 관련해 불편함을 묻자 상인들은 “온누리 상품권도 새마을금고에 가면 바로 현금처럼 입금시켜주니깐 아무 문제없다”며 “수표와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만해도 상인들은 온누리 상품권을 받기 꺼려했다.

    새마을금고 등 지정된 금융 기관에서 현금으로 바꿔야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 명절에 만난 상인들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온누리 상품권이 현금과 같다는 인식과 함께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현장의 분위기다.

    온누리 상품권이 짧은 기간에 시장 저변으로 정착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있다.

  • ▲ ⓒ 오세진 기자
    ▲ ⓒ 오세진 기자

    첫째는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 스티커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는 점이다. 시장에 들어가면 10개중 6개 정도의 상점에만 스티커가 붙어있다.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는 가게에는 손님들이 일일이 ‘상품권을 받느냐’고 물어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붙어있는 상점도 스티커가 너무 작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둘째는 시장마다 참여율이 제각각인데다 아직도 상인들에게 홍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광장시장과 중앙시장과 같이 점포수가 많은 큰 시장은 시장 상인회에서 자발적으로 상품권 홍보 활동을 벌인다. 추석과 같이 상품권이 많이 들어오는 시즌에는 상인회에서 각 점포 상인들을 대상으로 상품권 교육을 실시한다. 때문에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시장들은 상품권 가입율이 100%에 이른다.

    반면 소규모 시장과 노점상 상인들은 여전히 온누리 상품권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손님들이 온누리 상품권을 들고 무작정 근처 시장에 찾았다가 상인들과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시장의 경우 가맹률이 50~60%에 불과한 곳도 있는만큼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땐 가급적 가맹률이 높은 시장을 활용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