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사퇴 기자회견 취소했지만 '번복' 없을 듯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범야권 후보단일화 경선 패배를 책임지고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당 지도체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당장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을 수습하고 선거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부의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 전대 2위 정동영 vs. 비대위 김진표

    당내에서는 전당대회에서 2위를 거둔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는 안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 관행대로 김진표 원내대표가 이끄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헌 당규에서는 대표 개인이 사퇴할 경우, 전당대회 득표 차순에 따라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손 대표 홀로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

  • ▲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퇴의사를 표명한 손학규 대표의 사퇴가 최종 확정되면 당헌에 따라 지난 전당대회의 차순위 득표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 연합뉴스
    ▲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퇴의사를 표명한 손학규 대표의 사퇴가 최종 확정되면 당헌에 따라 지난 전당대회의 차순위 득표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 연합뉴스

    당장 다른 최고위원에게도 압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정 최고위원의 경우, 내년 대권 도전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만큼 두 달 임기의 당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박영선 후보 대신, 천정배 후보를 지원한데다가 ‘투트랙’ 경선룰을 주장하면서 손 대표를 끝까지 압박했던 것도 그가 대표직을 승계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다른 최고위원들도 그 책임을 면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권 ·대권 분리 당규에 따라, 차기 대선 1년 전인 올해 12월 대선에 나서지 않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전당대회가 예정보다 일찍 열릴 가능성도 있다. 

    당 안팎의 요구를 받아 지도부가 총사퇴하게 되면 당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해 관행상 김진표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전까지 대표직을 맡게 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손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느라 지도부의 총사퇴 여부를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孫, 사퇴 기자회견 취소..'사퇴' 번복할까?

    손 대표는 이날 오후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만류하는 당 중진의원들의 요청에 기자회견을 취소, “(철회 여부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정장선 사무총장이 전했다.

    정 사무총장은 “홍재형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김진표 원내대표, 유인태 이미경 백재현 의원 등 의원 10여명이 2시15분께 국회의원회관의 손 대표 방을 찾아가 사퇴를 만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일 오전 8시로 예정된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손 대표의 거취와 맞물려 차기 지도부와 관련한 각론이 진행된 전망이다.

  •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손 대표가 사퇴를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손 대표의 임기가 2개월쯤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후,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에 힘을 보태 분위기 쇄신을 노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손 대표 중심의 주류와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중심의 비주류 간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손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내부 인책론이 가라앉고 당 결속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손 대표가 적어도 선거나 민주당의 내부행사인 전당대회를 마칠 때 까지는 대표직을 유지하셔야 이 선거를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퇴를 만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