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9월 24일 모스코바 에서 개최된   통합러시아당의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에 치루어질 대통령 선거의 여당후보로 사실상 확정 되었다.  국회 의석의 2/3 를 점하고 있는 거대 여당 의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추대되었을 뿐 아니라 이 자리에 참석했던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대회의 결정을 지지 하였기 때문에 천재 지변이 없는한 푸틴의 차기 대통령 선출은 기정사실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푸틴은 이미 1999년에 옐친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후  옐친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어 임기 4년인 대통령직을 중임한 후에 다시 총리로 그러나 사실상의 최고 권력자로 4년을 봉직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13년간 집권 하는 셈이다.  더구나 그동안의 헌법개정으로 내년부터 시작되는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고 중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12년 까지 할수 있다고 본다면 푸틴은 최장 25년간 정권을 잡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체제 하에서 과연 그러한 일이 있을수 있는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으로 러시아를 바라 보기도 하고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푸틴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게 된 러시아 사회의 특유한 시대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는것 같다.

    1990년대 후반은 러시아가 급격한 체제변화로 인한 민심의 혼란과  경제 파탄으로 국가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민심은 정부로부터  이반되었고 사회 전반이 혼란과 무질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알콜 중독증에 시달리는 노쇠한 옐친 대통령에게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지도력을 기대할수는  없었다.  이때에 애국심에 불타고 젊고 청렴하고 유능한 인재로 혜성같이 나타난 인물이 바로  푸틴이었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 ” 을 중시하고 “법질서와 원칙” 을 바로 세우는것이  “위대한 러시아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첩경” 임을  설파 함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가 대통령에 재임한 8년동안  혼란과 무질서가 사라지고  경제적으로도 도약을 이룰수 있었는데  이는 물론 푸틴의 강력한 추진력이 이를 가능케 한 주요인 이지만  이에는 한국의 ‘박정희’ 모델을 경제정책에 적용한 측면도 작용하였다.

    많은 러시아 인들이 그를 피터 대제에 버금가는 지도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그가 대제가 건설한 세인트 피터스버그 출신일 뿐만아니라  실천과 실용성을 중시하고 러시아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그가 지향하는 “위대한 러시아”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 부국 강병”을  의미하는 것이며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음도 이 때문이다.

    또 러시아인들은 1인 장기집권에 대하여 특별히 거부감을 갖지 않는것 같다. 챠르 시대에는 말할것도 없고  소비에트 시대에도  예컨대 스타린은 28년, 브레즈네프도 20년을 집권 했으니  자유민주주의로의 체제 전환 역사가 일천한  러시아인들에게는 그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지도자가 장기 집권하는것은 오히려 당연 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푸틴은 그가 처음 대통령이 되었을 때부터 같이 일해온 동지들을 지금도 요직에 등용하고 있으니 그동안 그들이 국정 전반에서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터득한 경륜을 사장 시킴이 없이 앞으로도 계속 활용해 나갈수 있게 되었다.  메데브데프 현 대통령도 차기정부의 행정수반으로 계속 일할것이 틀림 없으므로 행정의 일관성과 능률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을것 같다.  우리의 경우에도  만일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애국자가 18년간 장기 집권을 하면서 소신과 일관성을 가지고 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일말의 불안감이 뇌리를 스쳐감은 왠 일일까. 푸틴의 “부국강병” 은 구호로만 그칠일이 아닐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5년내에 G5에 진입할것임을 언급 했는데, 이는  국제 정치적으로 환언하면  결국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독일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 하는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운명에 있는 우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수 없는 이유이다. 요즈음 우리 신문과 방송을 요란하게 하고 있는 이슈들을 보노라면  아직도 우리는 태평성대에 살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