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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조사 중인 대검 중수부의 수사선상에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이 오르면서 검찰의 칼끝이 빠르게 정치권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관계 로비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양 부회장이 정치권 관련 진술을 시작함에 따라 수사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 전 의원 금품수수 의혹에는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핵심 인물이자 로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 부회장과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이 모두 등장한다.
김 부회장은 서 전 의원에 대한 금품 전달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찰에서 “2008년 10월 순천에서 골프 모임을 한 뒤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서 전 의원을 만났고 박 회장 별장 앞에서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네자 서 전 의원이 ‘감사하다’며 쇼핑백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자신과 골프를 함께한 데 이어 자신의 별장을 대기장소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부회장이 진술대로 돈을 전달했다면 무엇을 반대급부로 원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우선 파행을 거듭하던 순천시 왕지동 아파트 공사가 꼽히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2003년부터 3개 특수목적법인(SPC)을 동원해 이 사업에 55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최근 부산저축은행 측이 이 사업 인허가를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준 정황을 잡고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부회장 등이 당시 이 지역 현역 의원이었던 서 전 의원에게 같은 목적을 갖고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당시 저축은행 부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원세력이 돼 주길 바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 하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서 전 의원은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한 입장이다.
서 전 의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참여정부의 386 핵심 인사다. 박 회장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친노 인사’로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이 박 회장을 매개로 다른 참여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미 박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조성사업 과정에서 3~4명의 참여정부 실세가 관청에 사업 인허가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과 참여정부의 악연이 또 한번 재연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