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호 회장 vs. 김 양 부회장 등 알력 심해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박연호 회장 상대로 소송도
  • 7조 원 규모의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 그룹 내부에서 서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싸움이 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30일 부산지법에 따르면 2대 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이 지난 3월 9일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그룹 회장을 상대로 10억 원의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송 이유는 ‘2003년 6월 박연호 회장이 주식을 비싸게 사주면 사례금을 지급하고, 매매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대금 전액을 반환해 주겠다고 이면계약을 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않았다’는 것.

    이는 박연호 회장과 김 양 부회장 등이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던 부산저축은행 그룹 주식을 사들여 주가조작을 하다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2002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최대 주주이던(지분 22.88%) 박연호 회장은 2003년 6월 박형선 회장에게 ‘장외시장에서 자사주 98만 주를 매각하고, 발생한 주식 차익을 곧바로 돌려주고 6개월 뒤 잠잠해지면 판매했던 지분 전체를 다시 매입하기로 약속’한 이면계약을 제시했다.

    박형선 회장은 고소장에서 “2003년 6월 자사주 98만주를 급히 매각하면서 ‘주당 1만1000원대인 주식을 1만3600원에 사주면 차액(주당 2600원)은 곧바로 돌려주고, 6개월 안에 주식을 전량 되산다’는 이면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은 성사됐다. 하지만 박연호 회장은 6개월 뒤 31만 주(약 45억 원)만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 매입을 8년 동안 미루자 박형선 회장이 박연호 회장을 고소했다는 것이다.

    박형선 회장은 또한 “이런 계약 때문에 주주명부에 부산저축은행의 최대주주로 등재돼 사법당국과 금융당국의 각종 수사 때 표적이 됐다”면서 “원금과 지연 손해금 가운데 일부인 10억 원을 우선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박형선 회장의 주장은 ‘제 발등에 도끼 찍기’가 돼 버렸다. 고소장에 첨부한 이면계약서에 ‘주식매매 계약체결 후 부산저축은행이 신규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박형선 회장에게 시행회사 사업 참여권 20%를 부여하고, 프로젝트 완료 후 수익의 20%를 박형선 회장 또는 박 씨가 지정하는 자에게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부산저축은행 지분만 갖고 있지, 경영에는 참여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던 박형선 회장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한편 이런 식으로 박연호 회장과 관계자들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박연호 회장이 주가조작 및 재무제표 조작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된 뒤 김 양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동문 인맥’들이 일종의 ‘지분연합’을 통해 박연호 회장과 부산저축은행 그룹을 양분하다시피한 정황도 속속 들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 양 부회장이 있었다. 김 부회장의 지분은 9.62%에 불과했지만 손윗동서인 김민영 부산저축은행 대표(지분 5.27%)와 김 부회장의 오른팔인 강성우 감사(지분 5.28%) 등과 연대해 박연호 회장을 견제하며 그룹 내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이들 간의 알력다툼이 자칫 수사에 지장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 6년이 넘는 양측 간의 세력다툼이 감정대립으로까지 이어져 있을 경우 범죄를 모조리 상대방에게 떠넘기면서 수사가 장기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